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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Feb 10. 2024

겨울냉이


24년 겨울과 봄사이



지난가을에 심은 시금치를 다 뽑아 먹지 않았다. 애초에 씨를 너무 많이 뿌리기도 해서 솎아 먹으며 가을시금치의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도 다 뽑아 먹지 못하기도 하였고, 일부러 남겨두기도 한 것은 겨울을 나고 봄에 올라오는 시금치가 보고 싶어서다. 겨울 중에도 내내 궁금했지만 와보지는 않았다. 밤사이 눈이 슬쩍 풍경을 스케치하고 지나간 이런 날 굳이 텃밭의 시금치를 보러 온 것은, 그래도 입춘이 지나서다. 달려오는 길이 그리 춥지 않은 날씨인 것도 오는 길을 재촉했다. 시금치밭 위를 덮은 눈을 손가락으로 쓱 치우는데 다름 아닌 냉이가 솟아 있는 거다. 시금치는 온데간데없으니 봄기운을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는데, 냉이는 눈을 덮고도 어쩜 이렇게 불쑥 당당하게도 올라와있단 말이냐. 주변을 살피니, 여기 또 한뿌리!! 내 땅 아니라고 겨울에는 와 보지 않았던 숫해가 후회스러울 정도다. 아직 만지기 조심스러운 사이즈의 냉이를 보러 봄이 오기 전에도 텃밭행을 놓치지 말아야지. 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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