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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May 11. 2024

또 주말 봄비


24년 봄



또 주말비가 온다. 토요일 오후, 아직 나의 몸은 밥집에 머물고 주간엔 하루 몇 번씩은 생각과 마음이 텃밭에 가있는데, 아직 심지 않은 모종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억지로 시간을 만들어 텃밭에 가지 않은 건 지난주에 충분한 비가 와 안심되기도 했고, 더 우선할 일이 생겼고, 그래서 욕심부리지 않기로 한 철듬 때문이랄까. (사람이 아프고 나면 집착이 생기기도 하는데, 보다는 지금과 앞으로를 위해선 지금 내려놓는 것이 참 이롭다는 걸 요즘 알고 연습한다. 그동안 일도 욕심으로 했구나, 돌아봐지기도 하고) 예보를 자세히 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비바람이 올 줄이야. 쏴---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니 찾아오는 평안과 안심, 텃밭은 좋겠다, 이보다 좋은 영양제가 없을터. 핑계 낌에, 떡잎만 보고 온 근대가 본잎이 올라왔을까.. 좀 더 기대감 부풀리면서 주말을 보내자. 점점 추워지는 때 아니니 베란다 모종들은 되는대로 심자. 작년에 텃밭에 심어 장관을 선물한 보그세이지의 아가들이 밥집 창밖에서 비와 바람을 맞으며 참 과감한 춤을 추고 있다. 보고 있자니 이 또한 안심, 마치 우산이 뒤집어지고 풀어헤친 머리가 산발이 되는 순간처럼 실 같은 줄기가 하염없이 구부러지고 손가락 한마디만 한 잎들이 불어오는 바람방향으로 뒤집어진다. 그런데 이건 꺾이는 게 아니고 유연한 거라고 알려준다. 그동안 아가라고 별걱정을 했네. 나만 잘하면 되겠다. ㅎㅎ  24.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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