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22.02.07
먹고살다 보면 기름 사용은 불가피하다. 튀김까지 가지 않아도 하다못해 계란 프라이 하나를 먹고 나면 프라이팬에 묻은 기름은 닦아 야하니 말이다. 우리 집은 화장실 말고는 휴지를 놓지 않았다. 주방에 키친타월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기름기를 닦을 때 늘 애로가 있었다. 그 애로라는 것이 화장실 휴지를 빌려와 닦고 버릴까, 면 거즈로 닦고 삶을까 하는데서 오는 고민이다. 한마디로 귀찮을 것인가 덜 귀찮을 것인가의 기로인 거다. 1년 전까진 전자로 타협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확실히 편리는 쓰레기 생산을 담보한다는 걸 세게 알아차리게 할 때가 있다. 너무나 그 편리를 당연히 누리고 살아서 놓치고 있었던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너무도 그 편리에 젖어있구나 하는 걸 나의 귀찮음을 보면 알게 된다.
언젠가 기름은 물에 흘려버리는 것이 닦아서 버리는 것에 비해 정화에 훨씬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걸 알았다. 먹을 수밖에 없다면 처리에는 차선이라도 선택을 해야겠구나, 닦아서 버려야겠구나 한 것이다.
작년 언젠가 이제 못 입게 된 흰색 면티를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은 때였다. 입지는 못해도 그냥 버리기에는 면이 아까웠다. 걸레로 쓸까 하다가 이미 걸레는 여럿 있어 이 또한 불필요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주방의 기름때를 닦을 때 쓰면 어떨까 싶어 면티를 손바닥만 하게 조각조각 잘랐다. 꽤 많은 조각이 나왔는데 얼마나 쓸까 싶어 지는 궁금증이 일었다. 주방 서랍에 차곡차곡 넣어두고 티슈 뽑듯 필요할 때 위에서 부터 한 장씩 뽑아 프라이팬 위의 기름을 닦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잘라놓은 면티 한 장을 다 쓰는데 대략 6개월이 걸렸다. 게다가 프라이팬, 냄비의 기름을 닦는데도 불편이 없었다. 키친타월 대신 버리는 면티 한 장의 효용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 후 너덜너덜한 면티 한 장을 다시 조각냈다. 버리는 면티가 있다면 앞으로 면티의 수명은 주방에서 마치면 되겠구나 하는 쓰임에 자신이 생겼다. 물론 일부러 입을 수 있는 면티를 자를 일은 아니다. 미쳐 발견하지 못한 면티의 용도와 사용기한을 찾았을 뿐이다.
지금에 와서 이런 대안들이 지구를 위한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선택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렇기에 더 나은 발견과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앞으로 그렇게 해보면 될 일이다. 만들어지는 과정도 패스트, 사용도 패스트 한 시대에 살지만 사용수명은 충분히 인간의 의지로 천천히 길게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