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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Oct 05. 2022

수세미를 수확할 때


2022 여름. 가을



보이지 않는 속보기.

봐도 봐도 신기한 수세미가 터널에 나름 주렁주렁 달렸다. 크기가 팔뚝만 해도 막상 손으로 들어 올려보면 허망하게 가벼운 것들이 있다. 어떤 것은 그보다 작아도 되려 묵직하기도 하다. 처음엔 왜 그런지 차이를 몰랐는데 수시로 들어올려보고 몇 개의 수세미로 천연수세미를 만들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여물어 갈수록 수세미 네트(net)가 질기고 견고해지는 대신 물렁하게 차있던 수세미속이 비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덜 여문 수세미로 천연수세미를 만들면 삶으면서 곤죽이 되고 만다. 그러니 먹을 용도라면 덜 여물어 속이 차있을 때, 천연수세미를 만들 용도라면 여물어 가벼운 것을 따야 하는 것이다. 눈으로만 보면 그저 똑같다. 그걸 손으로, 감으로 구별하는 법을 배운 올해는 어쩐지 진짜 농부가 된 듯 기쁘다. 그래, 그렇게 해보기를 미루지 말자.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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