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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Oct 10. 2022

쪽파향


2022 가을



향기 발견.

쪽파 냄새를 향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없다.

내가 밭에서 길러서라고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미역된장국위에 쪽파를 쫑쫑 올려먹어 보곤 알았다. 종종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된장국 또는 미소된장국위에 쪽파가 쫑쫑 곁들여진 것을 먹은 기억이 있다. 그냥 보기 좋으라고 올리는 고명쯤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아닌걸 분명히 알았다. 발효로 단순하지만은 않은 깊게 가라앉은 된장국 위를 파릇파릇한 향을 내며 쪽파가 유영한다. 이게 뭐지? 쫑쫑 쪽파는 이렇게 된장국위에서 향기로 생생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파전, 파김치, 파무침 어떤 쪽파 음식에서도 이 프레시한 향을 맡지 못했다. 살짝 매콤하고 산뜻한 그 향은 코와 입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향기라 불리는데 모자람이 없다. 이 향기는 텃밭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역된장국에서 각인된 쪽파 향은 갓 뽑은 쪽파 뿌리에서 흙을 털어내면서도 다시 맡을 수 있었다. 마치 바람결에 또는 옷깃에 스쳐 날아오던 바질향처럼 쪽파도 그런 향기를 냈다. 나는 드디어 쪽파 향기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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