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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Feb 23. 2023

어떻게 잊어


23년 아주 이른 봄



작년 마지막 가을걷이로 마른 수세미와 울타리콩을 거둔 직후 갑자기 추워졌다. 그렇게 겨울이 와서 공이 많이 들었던 수세미 터널을 미처 해체하지 못하고 방치해 두었다. 슬슬 봄을 맞아야 하니 작년의 유물은 거두자고 몸을 움직였다. '가야지 가야지' 2주 동안 말만 앞서던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이 먼저 채근했다. 같이 할 벗도 있는데 당장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침 그날은 닫힌 창문 안에서도 봄볕같이 맑고 포근한 햇살을 의심치 않게 했다. 밭에 가기 더할 나위 없는 날. 그러나 바람은 때이름을 경고했다. '아직은 겨울임을 잊지 말라고' 나는 연신 '너무 춥다'를 반복했다. 그렇지, 눈으로 가슴으로 눈물 흘릴 날 많던 22년 겨울을 어떻게 잊어. 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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