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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Mar 12. 2023

들여다보기



23년 이른 봄



3월 10일 금요일, 올해 첫 씨앗들을 파종했다. 만나야 세상이 열리는 것들이 드디어 만났다. 씨앗, 흙, 물, 공기, 햇볕. 강화오이, 토종토각, 쇠뿔가지, 수세미, 토마토들, 스틱 블로콜리, 오크라 씨앗을 모종판에 심었다. 작년 작물에서 채종한 것도 있고, 얻어 온 것도, 구입한 씨앗도 있다. 그렇게 모아놓은 씨앗박스를 지금 당장 어쩌지도 못하면서 괜히 꺼내놓고 들여다본다. 일단 파종을 시작했으니 생각으로만 가름하기보다는 손발이 움직일 것이다. 넘쳐흐르는 생각들이라도 일단은 그럼 되었다. 아침마다 샤워기로 물을 주고 흠뻑 적셔 준후 꺼내 햇볕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매일 몸을 숙이고 가까이 모종판을 현미경을 통해 보듯 집중해서 들여다보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밤새 흙을 들어 올리는 신기가 일어날 것이다. 어떤 떡잎은 힘자랑 하듯 눈에 띄게 또 어떤 것은 꼼꼼히 보지 않으면 티나지 않게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세상으로 뚫고 나올 것을 작년의 기억으로 나는 안다. 작년 씨앗들을 통한 배움으로 올해는 내가 조금 느긋해진 것도 같고. 이젠부터는 초겨울까지 즐거운 들여다보기의 시작이다!  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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