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쓰레기일까

/ 조금만 더 무해하게 살아보기 /

by 밀품


22.01.17


오늘은 한 달 동안 발효된 음식쓰레기를 퇴비 통에 옮기고 2주 동안 새로 모인 음식쓰레기를 다시 보카시발효통에 이사시키는 날이다. 옮기는 과정에서 한 번은 발효된 것을 보고 만지고, 한 번은 발효되지 않은 온전한 채소의 일부분을 보고 만지는 것인데 가만히 이것들에 닿는 내 손과 마음을 살펴보니 참 가관이다.




그 마음이라는 것이 그렇다. 쓰레기로 치부하고는 어디 옷에라도 묻을까 움짝하는 순간이 있는가하면 바로 오늘 아침에도 먹은 사과의 씨일뿐인데라며 음식물로 취급하여 안도하는 것이다. 한 20여분 간 두 마음이 어찌나 서로 들쭉날쭉 되는지.



금방 전처리를 하고 나온 파뿌리가 밑국물 재료가 될 때와 그저 버려지는 것이 될 때를 생각해보면, 파뿌리는 그대로인데 내 인식에 따라 효용가치 있는 재료가 되기도 쓰레기가 되기도 했다. 어떤 결론이 있어서는 아니고 이런 두 마음을 보자니 쓰레기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편협한 사고에 머물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저 더럽다, 쓸모가 없다, 치우자, 내버리자…

내가 소비하고 만들어진 부산물에 대해 조금 친근한 시선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 수는 없을테니 그게 우선 나한테 좋을 것 같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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