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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Dec 22. 2022

그깟 일은 없다

22.12.22



두 달쯤 지났을까. 잊을 수 없는 심상이 있다. 매달 작은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는 국제구호단체가 있는데 인도의 불가촉천민 아이들의 문맹퇴치지원이 활동 중 하나이다. 아이들과 마을의 잔치에서 벌이는 장기자랑 영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역시나 케이팝에 맞춰 선보이는 댄스자랑은 나라를 초월하는 아이들의 장기인 것 같다. 




낮은 학년보다는 높은 학년의 아이들은 춤선이 더 섬세하고 과감한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그런데 케이팝에 맞추어 열심히 추는 아이들의 춤들이 내가 보기엔 영 서툴렀다. 마치 전문가쯤의 실력을 기대했던 것처럼 영 신이 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장기자랑이 아닌가. 케이팝의 칼군무와 세련된 무대매너에 익숙한 나는 인도아이들이 어설프기만 한 거다. 그러다 알았다. 인도아이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춤을 추고 있는지 말이다.




내가 보기에 좋은 실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야 평소 보고 듣는 수준에 기인한 것이니 춤에 한해서는 그렇게 보일 수는 있었다. 그런데 누가 봐서 아이들이 잘 추는지 못 추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아이들의 표정에서 알았다. 분명 여러 아이들이 춤과 의상을 서로 맞추고 나름의 군무를 이뤄내기 위해 무진 연습과 애를 썼을 것이다. 한 유치원의 학예회든 한 나라의 대표 콩쿠르이든 세계적인 대회든, 참가하는 각자에게는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큰일이다. 내가 하면 다 큰일이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저 무대를 보여주려고 연습한 시간은 인도아이들에겐 진심이었을 것이고, 무대를 마친 뒤는 찬란했을 것이다. 내가 그것을 소홀하게 여길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나의 결과물이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누군가의 평가보다도 스스로에게 만족과 동력을 주는 걸 느낀다. 밖에서 보고 크니 작니하는 평가는 평가자 나름의 것이라 여긴다. 내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느끼는 만족감이다. 그런 내가 미쳐 보지 못한 아이들의 최선을 다했을 마음과 진정을 보니 눈물이 났다. 아이들이 행복했겠구나. 나름 큰일이었을 그 일을 해내는 과정이 즐거웠겠구나. 스스로에게 더 큰일을 해내는 동력으로 차곡차곡 아이들 내면에 쌇였겠구나.




그깟 일. 혹시나 상대에게 너무 아픈 것을 그깟 일이라 무지막지하게 대하진 않았는지, 도전에 부푼 기대감에 그깟 일이라 폄해하지 않았는지. 그런 무지몽매를 더 범하지 않았으면 하고 나는 이 영상을 본 후론 종종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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