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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Feb 07. 2023

불안 컨트롤

23.01.30



수면장애를 치료하려다 시작된 '김종욱 찾기'같은 나에게 맞는 항우울제 찾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요즘은 약을 먹으면서 의식적으로 불안을 컨트롤하며 살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의식의 불안을 잠재우려 약을 먹는데 약에 대한 불안을 낮추려고 불안을 의식하고 컨트롤하고 있다니,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듯싶지만 그렇게도 살고 있다. 3달 가까이 나에게 맞는 항우울제를 찾지 못했다. 부작용이 없는 약을 찾지 못한 것이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약에 따라 선명하게 다른 부작용들을 경험 중이다. 입맛 없음, 변비, 졸림, 안절부절, 심장떨림, 답답함, (느껴보지 못한) 극심한 불안, 짜증, 기운 없음, 무기력, 초점이 맞지 않는 시야, 어지러움. 신기할 정도다.




약을 먹기 시작해 2달이 가까워지자 복용 중인 약과 나에 대한 불안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연 나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을까.' 

'이대로 약을 먹다가 바보가 되는 건 아닐까.'




그러다 다시 변주된 약을 받은 어느 주는 극심한 불안이 찾아왔다. 나는 정확한 결과를 위해 나름의 생각을 지우고 부작용이 있어도 우선 일주일은 복용을 해보는데, 이 때는 달랐다. 그야말로 안절부절이 어떤 상태인지를 사전이 아니라 몸소 알았다. 불안이 찰 때까지 차올라 울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차올랐다. 신체적인 부작용은 불편하지만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심리적인 부작용은 도저히 견디는 것으로는 감수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오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의 보이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이 왔다. 그녀가 왜 그런지 이해가 갔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아픈 사람들, 정말 많이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까. 혹은 견디지 못했겠구나. 




이 때는 이 불안만큼에는 맹락없이 빠져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불안을 대면하기 시작했다. 

'약으로 인한 반응일 뿐이다. 불안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 괜찮다.'

냉정하게 상태를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의사 선생님은 정확히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라 알려주었다. 나는 힘들거나 괴로운 상황에 처하면 애초부터 나라는 인간은 그런 상태인 것 같은 착각을 했다. 그건 두려움을 동반한다. 마치 죽을 때까지 그럴 것만 같은 두려움.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순간에 알아야 한다. 나는 편안했던 시절을 살았고, 불만족했던 시간들도 지나왔으며, 즐겁고 사기 넘치는 때를 살았고, 불안한 시간을 유영하기도 하며 늘 그렇게 변화했다. 행복했고 슬펐고 기뻤고 뿌듯했고 화났고 짜증 났고 무기력했고 자책했고 또 즐거웠고 웃었고, 늘 그렇게 변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 




내가 지금 어떻다 하는 것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힘은 나를 살린다. 이건 항우울제 복용과는 무관하다. 약복용 중 부작용이 준 불안상태를 대면한 경험은 너무도 뚜렷한 기억이고 나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연습장이기도 했다. 인생은 늘 하하 호호할 만한 일로만 충만하지 않지만 반대도 그러하다. 인생은 늘 슬프고 비참한 일로만 가득하지도 않다.




상가 앞에서 호객을 일삼으며 무작정 흔들리는 풍선인형처럼 좋고 싫은 것에 맹락없이 흔들리던 나에게 코어힘을 길러주고 있다. 오랫동안 연습해오고 있다. 아마도 사는 내내 쭉 그럴 것이다. 그래서 현재 나는 치료를 위한 최선의 약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에 깨어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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