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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May 26. 2023


23년 여름 같은 봄




지난주 꼬박 이틀 비가 왔다. 텃밭에 물 주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내심 편하기도 했음과 동시에 기대도 되었다. 늘 그랬다. 비를 맞고 나면 작물들이 몰라보게 쑤욱 자라 있었다. 아직 너무 어린 모종들이 여름 같은 뙤약볕 아래서 불안 불안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채종한 토마토들이 발아율이 너무 좋아 근심이 없었는데 영 모종판에서 자라지를 않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밭에 옮겨주었는데 말라죽을까 노심초사했다. 지금이라도 모종을 사다가 심어야 하나 고민도 함께였다. 오크라도 마찬가지. 비는 형태는 내가 주는 물과 같았지만 밭에서는 형태로 다 말할 수 없는 존재임을 다시 확인했다. 이틀 꼬박 비를 맞고 토마토는 제법 줄기가 굵어져 힘이 생겼다. 잎들도 커지고 새로 돋았다. 아직은 이 상태로 여름에 토마토를 먹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나름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키가 2미터까지 크는 오크라는 아직 10센티가 되지 않지만 분명 그 넓고 격정적인 잎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휴. 다행이다. 올해도 텃밭에 비만한 영양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이번 주말에 비 소식이 있으니 기다려진다. 내가 주기 어려운 그것을 작물들이 양껏 마셨으면 좋겠다. 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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