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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Jun 08. 2023

올해도 공심채


23년 이른 여름




올해는 공심채를 심지 못한 것이 내심 아쉬웠다. 작년에 처음 심어본 공심채는 자라기를 가열차게도 했더랬다. 마르쉐에서 우연히 마주한 공심채 모종은 가늘가늘한 것이 잘 살아줄까, 내가 멋을 것이나 나오겠나 하는 의심을 나았지만 호기심에 심어본 것이 작년이었다. 장마를 넘기자 '얘, 봐라' 놀랄 노자를 몸소 보여주는 공심채는 정말 하염없이 자랐다. 내가 다 먹을 수 없어 텃밭이웃에게도 나눠주고 나도 원 없이 먹었다. 자라는 걸 보는 것 만도 즐거움이었다. 올해는 마르쉐에서도 찾지 못했지만 모종 서너 개면 나눠먹기도 충분한 텃밭지기에게 씨를 구매하는 것은 고민이 많이 따른다. 포기하는데 어느날 텃밭주인아주머니에게 우연히 말을 건덕에 올해의 공심채가 굴러들어 왔다. 솎아둔 가늘가늘한 그 공심채 모종을 주시는 것이 아닌가. 봄부터 내내 아쉬웠던 마음을 굳이 내보일 필요는 없었지만 아주머니는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채셨을 거다. 일찍 키워 이미 수확할 정도로 자란 공심채를 따주시며 "자기 이거 좋아하니까 따줄 테니 우선 먹어봐" 하셨다. 그래서 세 포기를 심어 속이 찬 배추를 보시고 감탄하시길래 "한 포기드릴까요"했더니 "아휴 말이 먹은 거나 진배없어" 극구 사양하셨다. 그렇게 올해도 공심채를 텃밭에서 만난다, 아싸.  2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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