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품 Mar 27. 2023

우당탕탕


2023년 거의 봄



각자의 괭이와 삽을 들고 오랜만에 텃밭에 사람이 들어찼다. 자기 텃밭갈이에 여념 없는 따뜻하고 조용한 가운데 차가운 큰 소리가 들린다. "이러면 여기 텃밭 들어오는 차는 못 들어오게 할 거야!!" 내가 있는 텃밭은 텃밭땅 중에도 안쪽 끝인데, 땅 중간쯤에서 텃밭을 운영하는 분은 봄철마다 들어오는 차에서 날리는 모레바람으로 고생이 많으신가 보다. 천천히 운전하라는 텃밭주인과 안쪽 텃밭으로 들어오는 운전자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안쪽 텃밭까지 차를 쫓아 들어와 부딪힌 사람들. 가만히 들어보니 서로의 말투가 문제다. 이리 좋은 봄날, 무성한 생명력을 고대하며 들뜬 이 봄날. '그래, 이런 날이라 다행이야. 이런 날이라 더 이상 싸움이 이어지지 않은 거야.' 싸우는 날, 화해하는 날이 그리고 그런 곳이 따로 있나.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런 거지. 대부분 본인은 당연하고 그럴만하지. 나도 물론이다. 그게 보통이지. 그래서 이 싸움도 별건 아닌거다. 23.03.27

매거진의 이전글 올해도 공심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