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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 Nov 24. 2020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모든 것이 너무 뻔한 삶과 자신이 세상에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로 느껴졌던 도서관 사서 베로니카가 수면제 네 통을 먹고 ‘빌레트’라는 정신병원에 수용되면서 겪는 삶에 대한 태도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바로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다.

 작가는 ‘빌레트’ 제드카, 마리아, 에뒤아르, ‘형제클럽’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사회가 말하는 ‘정상적 삶’과 ‘비정상적 삶’의 차이에 대한 의견을 밝힌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미쳤다)’이라는 것은 사회가 만들어낸 규범과 억압과 통제에 의해 판단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행동과 사고를 해야만 하고 꽉 짜인 계획표 같은 삶을 살아야 ‘정상적’인 것이라 여겨져 소수가 옳더라도 다수의 삶을 모방하며 살아야 한다는 점과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르다’는 이유와 소수라는 것 때문에 ‘비정상적’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느 쪽에 속할까? 쉰이 되도록 아이가 없으니, 수업을 많이 하고 싶어 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어떻게 하면 안 해볼까 꾀를 내는, 돈이야 많으면 좋지만,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보자는 우리 부부는 정상 쪽일까, 비정상 쪽일까?

 잘 맞춰지는 퍼즐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을 사고 땅을 사고 집을 짓고, 다시 자식을 키우고 자식을 학교 보내고 자식을 취직시키고 자식을 결혼시키고 자식의 아이를 봐주고 병을 얻고 병원엘 다니고 자리에 눕고.

이것이 정상일까? 이 정상적인 삶 속에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는 기쁨과 희망이란 무엇일까? 모든 이들이 이런 계획표 속에 같은 색의 삶을 쫓아가도록 만드는 이것이 정상일까? 그 궤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조금만 달라도 왜? 왜? 왜?를 질문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설전 아닌 설전을 하다가 지쳐서 입을 꾹 다물게 되는 이것이 정상이란 말인가?

자기만의 디자인을 그려나가고픈 수많은 한국의 베로니카들에게 한국이라는 사회의 이분법적인 사고와 획일화된 대중들의 취향은 이미 많은 이들을 빌레트로 내몰고 있다. 다르다는 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다른다는 것이 왜 이상한 것이 되고 다르다는 것이 왜 중심이 되지 못하고 구석으로 내몰려야만 한단 말인가. 다르다는 것을 그만이 가진 개성이고 특성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또 하나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한 것은 다수의 ‘정상적’이라는 힘과 권력이 어떻게 소수의 ‘비정상적’인 것에 폭력과 억압을 가하고 어떻게 사람을 좌절시키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지였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폭력으로 ‘사랑’이라는 권력으로 갈등을 겪고 그 폭력에 의해 어떤 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어떤 이는 우정을, 어떤 이는 꿈을 잃고 ‘빌레트’로 또는 자신만의 세상으로 내몰리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이 소설엔 중요한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삶에서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 그때 더 이상 삶의 목적도 의미도 없다고 죽기를 결심한 베로니카와 과거 유부남과의 사랑에 대한 환상으로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인슐린 충격요법을 받는 제드카, 그리고 변호사 출신으로 공황 장애를 겪게 된 마리아. ‘천국의 환영’을 그리는 화가가 되겠다는 불가능한 꿈을 꾸고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희망한다는 이유로 부모와의 갈등을 겪어 ‘빌레트’로 오게 된 가짜 정신분열 환자 에뒤아르. 

 이들은 결국 삶이 자신이 진정으로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먼 것이었음을 깨닫고 자살 시도를 하고 들어온 ‘빌레트’의 의도하지 않은 혁명가 베로니카에 의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베로니카 역시 이고르의 계획된 실험을 통해 피아니스트가 되고자 했던 꿈을 상기시키며 자신을 이해하는 에뒤아르 앞에서 모든 금기를 떨쳐버리고 자유로운 영혼과 행복을 맛보게 된다. 결국 이들 모두 베로니카의 말을 통하면 모범적인 삶의 교본이 아닌 자신의 삶을 자신의 욕망을 자신의 모험을 발견한 사람들로 사회가 말하는 ‘비정상적’인 사람들이지만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으며 용기 있는 사람들이었으며 꿈에 관한 한 솔직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문제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고 ‘비정상적’인 세상에서 나는 과연 ‘정상’으로 살 수 있을까이고 아니, ‘정상적’인 세상에서 혹시 나만 ‘비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며 내가 ‘정상적’인지 ‘비정상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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