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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라 Mar 13. 2023

키 171 여대생이던 내가 JMS에 갔던 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보고




난 대학교 1학년 때 JMS 집회에 갔던 적이 있다.

이번에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를 보고 '아 그때 내가 갔던 곳이 충남 금산의 명월동이구나' 알게 되었다.


법대 1학년일 때, 같은 법대 친구가 기독교 동아리에 같이 가보자고 했다.

너무 재미있고 좋은 동아리라고.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해서 어떤 동아리를 해 볼지 고민하던 때였기에 흔쾌히 가보겠다고 했다.

며칠 뒤 서울 각지에서 모인 대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한 시간쯤 달려갔었던 기억이다.

버스에서도 찬양을 부르면서 갔는데 일반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을  각색해서, 조금 신나는 분위기로(?) 편곡한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찬양을 조금 특이하게 부르네 정도였는데...

도착한 곳이 충남 금산 명월 동이었다.

골짜기 같은 공원에 커다란 비석이 골짜기 양 옆으로 가득가득 세워져 있어 무척 멋졌는데,  날 데려간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저 비석들, 우리 목사님이 어렸을 때부터 직접 손으로 세운 것들이야, 어떤 기계로도 불가능하다 한 건데 우리 목사님이 기도하시면서 하나하나 세우셨대"


이런 말에도 크게 의심하지 않았던 난 예배 순서로 해외 선교 중이라는 목사님과 전화연결이 되었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때 전화를 건 목사라는 사람은 당시 해외 도피 중이던 정명석이었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목사님이란 사람 목소리에 당시 수백 명 대학생들이 보이던 반응이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무슨 팬클럽에 연예인이 직접 찾아온 것보다 더한 열광과 환호를 하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었다.


목사도 사람일 뿐이다.

기독교 교리에 정면으로 반하는, 사람을 마치 신처럼 숭배하는 듯한 그 기괴한 모습에 난 이곳이 이단임을 알게 되었고, 다신 발을 들이지 않았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난 키가 170 이상인 여대생이었다.

정명석이 그렇게 170 이상인 여자들을 좋아하고, 그래서 아래 관리자들도 키 큰 젊은 여성을 전도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데.. 물론 그 친구가 그래서 날 데려간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기분 참 더럽다.


나도 어쨌든 그 집회에 가 본 적이 있었을 정도인데,

당시 대학가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이런 식의 전도와 유인이 이루어지고 있었을까.

날 데려간 그 친구는 자퇴를 한 건지 언젠가부터 조용히 자취를 감추었지만 아마 주변에 많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JMS와 관련 동아리에 가보았을 것이다.

나처럼 다행히 속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신도가 된 사람도 있으리라.

지금 주변의 법조인이 된 동기들 가운데에서도 JMS 신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범죄 집단의 손길이 서울 대학가에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보다.

지금 사무실의 직원도 고등학생일 때 무료로 모델 수업을 해준다고 해서 학원 같은 곳에 몇 개월간 다녔는데 거기가 JMS였었다고 한다.

그 직원 역시 키가 170은 훨씬 넘고 무척 미인이다.

정말 모델 학원인 것처럼 워킹 연습과 모델 수업을 시켜준 뒤 어느 정도 친해지고 익숙해지니 무슨 교리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성당에 다녔기에 그 직원은 교리 내용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고, 듣는 척만 했다고 한다. 

모델 수업 과정 중 일부인 듯 포함되어 있었기에 모델 수업을 받기 위해서는 그 교리 수업을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하는 분위기였단다.

그러던 중 수업을 받는 학생들 전부를 엠티에 보내준다고 하였고 그 엠티비용을 목사님이라는 분이 다 내주기도 하셨단다.

또 축제라는 곳에 데려가서 모델 지망생들이 신나게 놀게 해주기도 했단다.


직원이 거기까지 이야기를 했을 때 난 혹시 그 축제하러 간 장소에 돌 같은 것들이 많이 세워져 있지 않았냐고 물었다. 맞단다.

직원이 축제를 하러 간 곳도 충남 금산 명월동이었던 것이다. 정명석 생가이자 JMS 본거지라는 충남 금산 명월동.

내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보여주자 정확히 이곳이 맞다고 했다.

직원도 그때 내가 들은 것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단다.

그 절벽에 층층이 세워진 돌들은 인간의 힘으로 세울 수 없는 것인데 정명석 목사님이 기적으로 세운 것이라는 이야기.

다행히 우리 직원도 그곳에서 아무 일 없이 나올 수 있었지만, 전국 곳곳에 이렇게 경험자들이 많을 정도면 그들의 손길이 어느 정도까지 뻗쳐 있을지 모를 일이다.


지금도 단골 네일숍, 미용실 언니들 이야기를 들으면 매주, 매달 짝을 지어 손님을 가장해 전도하러 오는 신천지 신도들이 그렇게 많다고 한다.

집념이 어찌나 강한 지 일 년 가까이를 매주 똑같은 시간에  꾸준히 찾아오고 있는 사람들도 있단다.

지인 한분은 카페에서 여는 무료 미술 전시회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그림은 거의 없고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게 미술과 인문학 공부를 하자고 꼬드겨서 바로 나왔다고 했다.

신천지는 요즘 젊은이들을 전도하려고 거리에서 또래 청년들을 짝을 지어 보낸 뒤 크리에이터인 척하고 찍은 유튜브 동영상을 한번 봐달라고 하면서 연락처를 딴다고 한다.

일반 교회를 가장한 채 거리, 학교, 시장에서 사람들을 유인하고 세뇌시키려 드는 각종 이단 집단들이 가득한 시대이다.


사건을 하다 보면 이런 이단의 성도들이 나가려는 성도와 그 가족들에게 집단 폭행, 린치를 가한 사건들도 많이 접한다.

선인 척하는 악에 세뇌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일지 모른다.

악과 범죄를 행하면서도 본인은 선인 줄 알기 때문에 그들은 자제하지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도 않는다.

이런 걸 형법에서는 확신범이라고 한다.


뒤늦게라도 이단 범죄의 괴수들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크게 알려지니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런 이단은 역사적으로 완전히 뿌리 뽑을 수는 없는 잡초, 기생충 같은 존재였기에 아예 사라지길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가족과 친구들, 직장 동료들이 혹시나 그런 곳에 빠지진 않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만약 이단에 빠져 있다면 그들을 구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대이다.


[글 빚는 변호사 / 김세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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