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휠체어 대여하기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칠흑같이 짙은 어둠이 깔려있는 새벽,
대구에서 부산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꼭두새벽부터 눈이 번쩍 떠졌다. 행여나 눈 감으면 무거운 두 눈 들어올리기 힘들까 싶은 불안한 마음 반, 오래간만에 떠나는 해외여행이라는 풍선처럼 부푼 마음 반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던 부모님은 가는 내내 어린아이처럼 재잘거렸다. 한 시간 반을 쉼 없이 달려 도착한 김해공항, 새벽의 차디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몇 년 만에 내디딘 공항은 수많은 여행객들로 활기찼다.
일본여행 때는 생각도 못했던 휠체어 대여를 이번 여행 때는 미리 항공권 예매하면서 같이 요청했다. 드넓은 공항을 앉아서 편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던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보며 내심 미리 요청해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국 수속 역시 이전에는 기나긴 줄을 서서 들어가야했다면 이번에는 교통약자우대서비스를 통해 전용 라인을 통해서 기다림없이 일사천리로 수속을 끝낼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받은 공항에서의 우대서비스는 보다 편리한 여행을 가능하게 해줬고, 다음 여행부터는 꼭 이같은 서비스를 잘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덜 불편하게 해드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느라 가장 먼저 비행기에 탑승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비행기에서 하차해야한다던 승무원의 안내에 따라 모든 여행객들이 바삐 자리를 뜬 후 내디딘 괌. 그곳에서 우리는 괌 특유의 뜨겁고도 습한 공기를 마주함과 동시에 미리 준비되어 있던 아주 인상적인 빨간 색의 휠체어를 마주했다. 한국의 휠체어와는 달리 매우 투박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튼튼한 휠체어는 캐리어 카트처럼 손잡이 뒤의 얇고 검은 것을 함께 쥐었을 때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멈추었다.
낯선 탑승감에 어색함을 느끼며 무섭다고 말하는 엄마와 달리 휠체어를 자주 밀어본 아빠는 한국의 휠체어보다 매우 안전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보통의 휠체어는 보호자가 놔버리면 그저 굴러가버리겠지만 이것은 보호자가 손잡이를 놓으면 움직이지를 않으니 휠체어가 혼자 움직이는 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단지 너무 무거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랄까.
공항에서 모든 수속을 마치고 일층으로 내려오니 렌터카 회사가 즐비했다. 그곳에서 예약해놨던 렌터카를 수령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애인주차구역관련하여 문의하였더니 그들은 할 수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래서 하갓냐출장소로부터 받은 답변을 알려주었더니 그곳에서 그렇게 대답하였다면 가능하다고 해주었다. 역시 사람들은 자신이 자주 접하지 않는 분야라면 잘 모르기 마련이며 이 부분에 대해서 미리 국내에서 확답을 받아오기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뜨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햇볕 아래, 괌의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청명했고 따뜻하지만 강한 바람이 세차게 불어왔다. 그나마 바람이 불어서 다행이라고 느낄 정도로 후덥지근한 괌은 시선에 닿는 모든 것들이 푸르렀으며 건물들이 하나같이 낮아서 막힘없이 뻥 뚫린 시야는 내 마음도 함께 뚫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