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장애인도 해외에서 장애인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나요? (2)
전화를 부탁한 호텔 측에서 받은 답변은 "괌 세무서에 전화를 하였으나 받지 않았다. 장애인 주차 표지를 가지고 오거나 렌터카 회사 측으로 문의하라"였다.
'괌의 관공서는 참으로 연락이 어려운 곳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단전 아래 깊은 곳에서부터 답답함이 차올랐다. 하지만 눈앞에 없는 대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해 봐야 나만 손해이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괌 세무서에 세세한 내용을 담아 다시 메일을 보냈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나를 보고 있자니 내가 이렇게 질척거리는 인간이었던가 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안 되면 말고'주의가 강한 본래의 성격대로라면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급한 내 성격의 기준에 느리다고 느껴지면 쉽사리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묻고 또 묻는 것의 기저에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더 편했으면 하는 마음과 결과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서 우리 다음의 누군가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편의에 대해서 '안 될 거야'라는 지레짐작으로 포기하지 않고 편하게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리라.
괌 세무서를 통한 정확한 답을 간구하는 것에 지쳐갈 즈음, (1) 한국에서 사용하는 장애인 주차 표지, (2) 영어로 된 장애인 주차 표지. 이 두 가지를 함께 적재해 두면 되는 것이 맞는지 그리고 (3) 영문장애인증명서도 함께 필요한 것인지와 같은 내용을 담아 제일 믿음직한 하갓냐출장소로 다시 한번 더 문의했다. 하갓냐출장소의 답변에 의하면 현지 법령은 한국에서 발급된 장애인주차표지를 괌 입국 후 6개월까지 인정해 주지만 현지인들이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적은 세 가지 자료를 모두 준비해도 좋을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 괌한국대사관의 답변이니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출국일 D-1.
행정복지센터에 문의를 한 결과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 구청에서 유선 연락이 왔다. 의외의 기관에서 연락이 와서 놀란 한편으로는 어떤 답을 줄지 기대가 되었다. 4월에 출국한다는 말에 급히 유선 연락을 했다던 그는 보건복지부를 통해서 알아본 바로는 해외 장애인 주차 관련하여 발급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어렵다고 알고 있었으나 괌한국대사관을 통해서 받은 메일을 나에게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고 하였다. 그 역시 하갓냐출장소로부터 나와 동일한 답변을 받은 것이다. 새삼 국민의 고충을 내 일처럼 여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함께 알아봐 준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 뭐야 대한민국 공무원 일 너무 잘하잖아!)
그리고 대망의 괌 세무서에서도 메일 회신이 왔다.
오랜 기간을 괌에서 체류해야 한다면 임시 장애인 주차 표지를 발급받을 필요가 있지만, 단 몇 주동 안의 기간만 체류할 경우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장애인 주차 가능 표지를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인 장애인이 해외인 괌에서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괌에서 오랜 시간 체류를 한다면 임시 장애인주차표지를 발급받을 필요가 있지만, 여행의 목적으로 짧은 시일동안 다녀올 계획이라면 한국에서 사용하는 장애인주차표지를 가지고 가서 사용해도 된다. 왜냐하면 현지 법령에 의하면 한국에서 사용하는 장애인주차표지를 괌 입국 후 6개월까지는 인정해 주기 때문이다.
아! 속 시원해
출국 전 3일 내내 미친 듯이 번역기 돌려가면서 여기저기 문의한 결과를 여러 곳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깔끔하고도 명쾌하게 답을 받으니 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정말 작은 일이지만 무언가를 해냈다는 느낌은 뿌듯함을 넘어 짜릿함을 선사했다.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