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장애인도 해외에서 장애인주차구역을 이용할 수 있나요? (1)
괌에서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트램을 탈 수도 있고 혹은 한국에서도 익숙한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두 다리가 튼튼하고 뜨거운 햇볕을 견뎌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도보로도 여행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최소도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괌에서는 일본과 달리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 없었고 한국운전면허증만 가지고 가면 된다. 그리고 대부분 24km~56km로 서행 운전인지라 초행이어도 운전하기 수월하다. 단, 소방구역이나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니 주의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장애인주차가능표지를 발급받았기 때문에 언제든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관련 증빙서류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괌으로 가면 일반 주차구역에 주차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혹시나 해외에서는 장애인이 외국인이라도 그들을 위해서 주차를 할 수 있게 어떤 제도를 마련해 두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초록창에 '괌 장애인주차'라는 키워드로 열심히 검색을 해봤지만 그저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를 하게 되면 과태료가 나오니 주차를 하면 안 된다는 내용, 유럽의 경우에는 영문장애인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다양한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내용, 괌에 주차를 하기 위해서는 영문장애인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된다는 내용이 보일 뿐이었다. 괌에서 영문장애인증명서를 가지고 가면 그것으로 충분한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카더라는 식의 글뿐 어디에도 정확한 정보는 없었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희망의 끈이라면 장애인 주차표지 발급 관련 기사였는데, 해당 기사에 의하면 해외에서는 차량의 소유주가 누구인지와는 관계없이 운전하는 사람이나 동승자가 장애인이라면 주차 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직접 문의를 해보기로 했다. 정확히 어디에서 누가 담당하는지 모르니까 떠오르는 대로 렌터카 회사, 행정복지센터, 세계관광기구, 괌한국대사관 이 모든 곳에 메일과 문의를 남겼다.
제일 먼저 렌터카 회사.
괌은 한인렌터카가 무척 많아서 소통의 어려움 없이 편리하게 차를 대여할 수 있다. 하지만 (1) 비용이 비싸다. (2) 공항에서 바로 픽업 및 반납이 어려워 제주도처럼 차량을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이유로 우리는 비용이 그나마 저렴하고 공항 픽업반납이 가능한 해외 렌터카로 결정했다.
언어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다는 점이 한인렌터카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해외 렌터카를 이용하면서 눈치껏 소통이 되었던 기억을 되살려 언어장벽에 대한 두려움은 멀리 던져버리기로 했다. 영어는 안되지만 우리에게는 번역기와 바디랭귀지가 있지 않은가!
각설하고, 가장 먼저 장애인 주차구역에 대해 문의한 렌터카 회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실망 그 자체였다. 아무래도 나의 질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장애인 주차 구역을 이용하는 방법이 아니라 장애인 주차 구역의 위치를 세심하게 알려준 렌터카 회사.
이번에는 한국의 동사무소인 행정복지센터와 세계관광기구에 남긴 문의를 확인해 봤다.
하루가 지난 후 확인을 하여도 여전히 처리 중인 것을 보면서 '많이 바쁜가 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세계관광기구는 메일을 수신확인 했음에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래,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파야지! 한국에서는 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행정복지센터로 바로 전화문의하였다. 그러나 관련 내용은 여행사나 현지 관련 부서에 물어보라는 답변을 받았을 뿐이다. 자유 여행을 가는 입장이라 여행사에 물어볼 수가 없으니 역시 두 손가락을 열심히 두드려볼 수밖에.
마지막으로 괌한국대사관. 제일 답변다운 답변을 해준 괌한국대사관(이하 하갓냐출장소)! 해외에 주재하는 한국 기관들의 일처리에 대해서 부정적인 여론을 많이 봐왔던지라 제일 기대하지 않은 곳이었는데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문의 내용에 대해서 빠르게 회신을 주기도 하였거니와, 한국에서 사용하는 주차표지를 가지고 가도 된다는 정보와 해외 장애인 주차 관련 표지 파일도 함께 회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한 정보를 위해 문의할 수 있는 기관도 알려주었다. 이제야 조금씩 빛이 보이는 기분이랄까 매우 신났다.
하갓냐출장소를 통해서 얻은 정보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애매했다.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 문의하라는 곳을 알려준 것으로 봐서는 한번 더 확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알고 간 정보가 불확실하여 불이익을 당하는 것보다는 정확한 답을 가지고 가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기 때문에 하갓냐출장소에서 알려준 기관으로 문의와 메일을 한번 더 남겼다.
하갓냐출장소에서 알려준 기관에서는 여전히 회신이 오지 않았고, 현지 메일 회신이 7일 정도 소요될 수 있다는 하갓냐출장소의 답변에 마음이 자꾸 조급해졌다. 일처리가 굉장히 빠른 빨리빨리의 대한민국에 사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한편 나의 급한 성격을 다스리느라 애꿎은 메일함만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당장 내일모레,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얼른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했다. 괌에서 묵기로 한 호텔 측으로 메일 넣어서 전화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