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의 첫인상
제주도보다 작은 섬이자 작은 하와이라고도 불리는 괌은 어딜 가든 바다를 마주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처음으로 발 담근 해변은 숙소 바로 앞 투몬비치가 아니라 식사를 위해 예약한 프로아 식당 근처의 해변인 이파오 해변이었다.
식당이 문을 채 열기도 전에 도착한지라 근처의 이파오해변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계획 없이 들린 그곳 역시 탄성을 내지르게 만들 정도로 맑은 바닷물이 우리를 반겼다.
푸릇푸릇한 초록빛이 선명한 잔디밭을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되었을 것 같은 장난기 가득한 두 소년 소녀들이 꺄르륵 거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이나 투명한 바닷속에서 해수욕을 즐기는 가족이나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서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하는 그들을 보고 있자니 모든 것들이 그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가 없었다.
괌에서의 첫 장애인 주차 구역 이용,
이곳을 마음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기 전 3일 동안 얼마나 고군분투했던가!
바닥에 파란색으로 선명하게 잘 표시되어 있던 장애인주차구역. 우리는 한국에서 가져온 장애인 주차가능표지와 하갓냐출장소로부터 받은 영어로 된 주차가능표지를 함께 적재해 두었다. 개인정보가 빼곡히 적힌 영문장애인증명서는 적나라하게 차량에 올려두기보다는 혹시라도 경찰을 만났을 경우 보여주기로 하고 올려두지 않았다.
너무 잘 보이는 차량 내부 때문인 걸까? 괌에서는 차량 내에 물건을 놔두면 도둑이 언제든지 창을 깨트리고 훔쳐갈 수 있다는 말을 여행을 오기 전부터 여러 커뮤니티 글에서 읽었고, 현지에 도착해서도 주차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물건 분실주의 안내문을 보아왔던 지라 우리는 주차가능표지 외에는 그 어떠한 물건도 차 안에 남기지 않았다.
현지인들도 사랑하는 맛집이자 예약이 필수인 곳, 프로아.
한국에서 예약까지 하고 갔지만 평일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아직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이라서 그런지 우리가 간 시간대에는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프로아 식당 예약은 프로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https://www.proaguam.com/reservations
우리는 직원이 주문을 받으러 오자마자 바로 추천해 준 메뉴대로 주문을 했는데 아마 이 메뉴들이 이곳에서 가장 잘 나가는 메뉴이지 않을까. '립아이 스테이크(Ribeye steak)' 그리고 '빅 펠라 트리오(Big fella trio)'
괌은 맛집이라고 불리는 곳은 참 많았지만 막상 그곳들을 다녀온 경험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지금, 괌에서의 맛집은 정말 맛집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하고 싶다. 물론 평소의 내가 매우 심심하게 먹는다는 점도 인정하기는 하나, 나보다 짜게 드시는 엄마조차도 짜다고 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음식들이 대체로 짜다는 것은 알아두고 가길 바란다.
아니나 다를까 프로아에서 처음 맛본 립아이 스테이크의 첫인상은 '짜다'였다. 아래에 깔린 감자가 짭조름했는데 괌에서의 첫 스테이크라서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짜고 질기게 느껴졌다. 빅 펠라 트리오는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가 모두 나오는 메뉴였는데 돼지고기는 꼭 한국에서 먹는 돼지갈비의 양념맛이 잘 베여있어서 신기했다. 그나마 맛있게 먹었달까? 다만 불향을 입히겠다고 작정하고 태운 것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빨간색으로 되어있는 것이 꼭 고추장에 비빈 것 같은 레드라이스는 차모로 원주민들의 전통음식이라 꼭 먹어봐야 한다고 했는데, 매콤하면서도 고슬고슬한 식감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치 고추장을 물에 푼듯한 것에 설탕을 넣어서 지은 듯한 밥 맛이 진득한 식감과 함께 참으로 오묘한 맛을 선사했다.
채워진 듯 채워지지 않은 배를 가지고 되돌아온 숙소, 끝없이 펼쳐져있던 에메랄드빛 바다는 이제 아주 까만 천을 씌운 듯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다가 되었지만 해변가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휘감겨 밝게 빛나고 있었다. 특히나 숙소 근처의 거리에는 선선한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쿵작거리는 음악과 함께 휴양지의 밤을 만끽하는 이들로 붐볐다. 코코넛새우로 유명한 '비치 앤 쉬림프'는 유난히 사람들이 붐볐는데 포장을 하기 위해서도 웨이팅을 해야 할 정도였다.
숙소에서 맛본 '캘리포니아 새우롤(California shrimp roll)' 그리고 '코코넛새우(Coconut shrimp)'.
캘리포니아 새우롤은 눅눅해져서 조금 실망했지만 먹을만했다. 분명 요리가 완료된 후 바로 먹었더라면 겉은 라이스페이퍼 같은 것으로 싸여 있어서 바삭하고 속은 잘게 다져진 새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코코넛 새우는 정말 맛있었다! 바삭바삭하게 잘 튀겨진 코코넛 튀김옷은 포장해서 가져오는 동안 눅눅해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속에서 말린 코코넛칩을 씹어 먹은 듯한 바삭함과 새우의 탱글탱글한 식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냥 먹어도 맛있고 소스에 찍어먹어도 맛있었던 코코넛새우는 괌에 가면 꼭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두 눈에 맑고 광활하게 펼쳐진 바다를 한가득 담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만큼이나 입 안에도 바다를 한가득 머금을 수 있었던 괌에서의 첫날은 바다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