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누군가는 아이라는 존재를 보기만 해도 사랑스럽다고 표현하지만, 나는 그런 감정에 대해서 격하게 공감해 본 적이 없었다. SNS에 올라오는 아이 영상들은 때때로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하고, 특히 아이와 동물들이 함께 있는 영상들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로 아이들을 만났을 때의 나는 '사랑스럽다'라는 느낌보다는 '불편하다'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를 때가 많았다.
왜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냐고?
내게 있어서 아이는 하나부터 열까지 곁에서 챙겨주어야 하고, 말로 했을 때 통하지 않고, 갑자기 빽! 내지르며 울어 젖히면 왜 우는지 이유도 모른 채 달래줘야 하는,, 성가시게 하는 존재랄까?
사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아이보다 동물이 더 하다. 말 안 통하는 것은 당연하고, 병원비는 또 어찌나 비싼지 한번 아프면 눈 깜짝할 새에 지갑이 텅 비어버리게 만든다. 돈을 벌어올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이 녀석들이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그저 먹고 싸고 놀고 자는 것뿐이다.
때때로 집에서 함께 지내는 고양이들을 볼 때면 아이와 똑같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똑같이 애정을 갈구하고 화장실 청소나 밥을 챙겨주는 것처럼 돌보는 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녀석들은 내가 밖으로 일하러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러 가더라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어딘가로 보내야 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게 한다. (오랜 시간 외출할 때면 미안할 때가 있긴 하다) 게다가 동물들은 알아서 척척 잘 크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가르쳐 줘야 하고, 독립할 때까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육묘, 육아 모두 똑같이 생명을 책임지는 것이지만 사람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묵직한 무게감을 선사한다.
일찍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친구들의 아이를 봐도 '와, 아기다!' 그뿐이었다. 친구들을 꼭 닮은 이 작고 꼬물거리는 생명체는 신기하고 귀엽고 예뻤지만 아이를 볼 때면 친구들의 고생길이 훤하게 눈에 밟힐 뿐, 그들처럼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들지 않았다.
처음에 결혼할 때도 남편이 될 사람에게 정확하게 못 박아서 이야기했다.
"나는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어. 그래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