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쾌히 자신도 아이를 낳을 생각이 전혀 없다며 나의 생각에 동의한 남편 덕분에 우리는 순탄히 결혼을 결정했다. 다만 넘어야 하는 산은 존재했다. 양가 부모님이라는 가장 크고도 거대한 산. 우리만의 작은 원칙에 따라 2세 문제는 각자 부모님께 알아서 말씀드리기로 했다.
누누이 아이는 싫다고 진저리 쳐왔기에 친정 부모님은 내가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2세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남들 하는 것은 다 해봐야 하노라 하면서 넌지시 본인들의 의사를 내비친 부모님들의 마음은 아마 '저렇게 싫다 해도 언젠가는 낳겠지'하는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친정 부모님이야 성격대로 내지르면 그만이지만 시부모님은 이야기가 달랐다. 아무리 편해도 편해지지 않는 시댁이라는 존재.
남편은 남편대로 시부모님께 본인은 이미 일 때문에 바쁘고 혼자서 혹은 둘이서 지내는 것이 익숙하고 더 편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워낙 유순한 성격이라 말도 유순하게 표현한지라 그의 발언은 하등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지금은 코로나19도 있고 상황도 상황인지라 그렇겠지'하는 생각이 크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었다.
배려심 깊으신 시부모님께서는 혹시나 새아기 불편할까 싶어서 쉽게 내색은 하지 않으셨지만, 절대 부담 가지지 말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종종 고양이 말고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의견을 전하셨다.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래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은 본인들 입장에서는 아무리 부담 주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꽤나 불편하고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아이를 가지길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4년 내리 2세 소식을 물어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무리 강철 멘털인 나여도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강하게 부딪히고 수많은 대화를 나눴을 이 세상의 단단한 딩크족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친정 부모님께는 세상 표독스러움을 다 그러모아 내비치면 되지만, 시댁에서 한 번씩 그 화제가 도마 위에 오를 때면 명치끝부터 뜨거움이 자주 올라오곤 했다.
서로의 생각이 이토록 다르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우리는 그저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