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도깨비 나라 같은 경험들이 즉시 '나도 신비한 도깨비나라로 뛰어들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게 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시야로 바라보게 했지만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인 그것.
남의 아기는 빨리 큰다더니 배 속에 있는 생명체도 예외는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이 작은 아이는 생경하고도 낯설게 다가왔다. 젤리 곰이 사람이 되었네! 멀찍이 서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신생아를 바라보는 경험은 언제나 똑같은 느낌을 준다. 세상 모든 신생아들은 만지면 바스러질 듯했으며 귀여우면서도 신기했다.
하지만 귀여운 것은 귀여운 거고 그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아기는 무서웠다. 손가락으로 팔을 살며시 쓰다듬을 수는 있었지만 안기에는 너무 겁이 났고 갑자기 아기가 자지러들게 울 기미를 보이면 냉큼 저 멀리 자리를 피하고는 했다.
가까이 가기엔 너무 낯선 아기. 아기는 그저 멀찍이 눈으로 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으로 신기한 눈빛 가득 담아 아이를 바라보는 나에게 종종 누군가는 묻는다. '당신도 아이 낳을 때 되지 않았냐?' 특히 이 질문은 아득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되었을 때 더 자주 날아들었는데, 어쩌면 이 시기가 나에겐 가장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것 같다.
도대체 사람들은 왜 결혼하면 무조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왜 여자는 결혼하면 개인적인 일과 꿈이 아니라 그저 집에서 남편이나 내조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왜 결혼과 동시에 여자는 임신과 출산이 당연하고 남편 밥 챙겨줘야 하는 것이 당연해지는 걸까?
왜 결혼 임신 출산의 루트를 밟는 것이 곧 행복이라고 믿는 걸까?
누군가는 혼자가 편하고 누군가는 둘이 편하고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이 편한 것처럼 세상에는 저마다 가진 가치관과 선호도가 다르다. 네모인 사람, 세모인 사람, 동그라미인 사람... 등 가진 모습과 삶의 모양도 다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는 별모양으로 된 사회의 틀에 맞추라고 외쳐댄다. 그것이 의무라는 이유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온갖 의문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은 차곡차곡 알 수 없는 분노로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