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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Jul 28. 2023

묘한 기시감

젤리 곰에서 인간이 된 작은 꼬물이는 만날 때마다 성장해 있었다.


눈을 뜬 날보다 감은 날이 더 많아서 눈동자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어느덧 까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렀고, 분명 너무 작아서 바스러질 것만 같았는데 벌써 목을 가누며 엎드려 있었다. 어느 날에는 누워만 있었던 아이가 보행기에서 자그마한 발을 동동 구르며 내가 있는 곳까지 오기도 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나를 향해서 눈웃음을 칠 줄 아는 이 작은 생명체는 물을 주기만 했는데도 새 잎을 내보이고 키가 한 뼘 더 자라 있는 식물들을 키우면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하나 둘 알아가던 내게 인간의 생명은 얼마나 더 경이로운지 깨닫게 해 주었다.


점차 자라 아이와 함께 외출이 가능해졌을 때, 우리 가족과 그녀의 가족이 함께 만났다. 남편은 그들이 나와 대화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진해서 아이와 함께 놀아주었다. 전혀 말이 통하지 않지만 교감으로 서로 웃으며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은 '저 사람이 원래 저렇게 아이를 잘 보는 사람이었나?' 하는 의아함을 가져오게 했다.


어느 날에는 남편에게 포옥 안겨있는 아이와 안정감 있게 아이를 안고 있는 남편을 바라본 적이 있는데, 키위같이 동글동글한 아이의 뒤통수와 한 팔에 아이를 안고 다른 팔로는 여기저기 가리키며 아이에게 알려주며 다니는 그의 뒷모습은 불현듯 우리에게 누군가 있다면 그래서 그 존재와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은 저럴까? 하는 생각과 함께 묘한 기분을 안겨주었다.


"저 사람 닮은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라고 처음 생각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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