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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Jul 28. 2023

양가감정

"너는 언제 커서 이모랑 같이 걸을래?"라고 했던 아이는 어느덧 내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어 다닐 정도로 성장했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이 아이가 주는 사랑스러움은 나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모한테 올까~?" 하고 손 내밀었을 때 내게 스스럼없이 안기는 이 생명체를 안고 있자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매주 만나고도 또 보고 싶은 이 아이는 '어라? 나 아기 좋아했네?'라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우연한 기회에 내가 만나지 못했던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 매주 만나던 아이가 돌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두 살과 네 살의 아이들이었다. 말도 잘하고 잘 걷고 잘 뛰어다니는 아주 활기찬 아이들! 


잠시 한 눈 팔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사고를 치고 있었고 활기 넘치는 이 세 명의 아이들은 한시라도 가만히 있지 않은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소리 질러댔다. 넘치는 에너지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음, 그래 어쩌면 이 아이들이 유난히 활기차서 그런 것일지도 몰라.'라고 속으로 속삭였지만 짧지만 길게 느껴진 여덟 시간은 아이 없는 나에게 아이는 지옥이라고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냐 다들 아이는 천사라고 하잖아 그저 너무 활기차서 내가 조금 힘들었던 걸 거야. 어쩌면 다른 아이는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얼마나 차가운지 알게 하는 또 다른 만남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는 온통 낯선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이제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여야 했던 잔칫날, 앞자리에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나의 조카가 되어서 앉아있는 아이들이 있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귀여워를 연신 외쳐대고 있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 자리에 있어야 했던 내가 불편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그저 아이들이 쪼르륵 앉아서 휴대전화를 바라보거나 소리 지르면서 식당 내부를 휘저어 다녀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들을 따라다니며 밥 먹이는 엄마들의 짙은 다크서클이 많이 지쳐 보여서일까 아니면 언제쯤 우리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넌지시 묻는 어른들의 말이 거슬렸던 걸까


내내 웃으면서 그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얼굴은 석고보드 바른 듯이 딱딱하게 굳어있었고 비 내리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내 안에서는 온갖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쳤다.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 따라 내 눈에는 그들이 눈곱만치도 귀여워 보이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는 정말 아이를 좋아하는 것인가? 정녕 이런 내가 2세를 원하는 것인가? 

스스로 자문하고 또 자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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