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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Aug 09. 2023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남편과 함께 여기저기 헬스장을 알아보았다.


둘이서 무언가를 함께 하는 취미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자주 있었지만 책 읽기 좋아하는 나는 정적인 취미를 즐기고 한 시간 이상 산책하는 것처럼 밖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남편은 동적 취미를 즐기는 사람인지라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차, 남편도 나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같았기에 취미까지는 아니더라도 뭐든 같이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헬스를 같이 다녀보기로 했다.


내가 하는 운동이라고는 고작 집에서 유튜브를 통해 홈 요가를 하는 것뿐, 근육 빵빵하고 우락부락한 남자들 틈에서 무거운 덤벨을 드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헬스장으로 가는 길이 참 까마득해 보였다. 등록을 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일단 상담이라도 받아보자는 마음으로 내디딘 헬스장은 헬스장이라고 다 똑같지는 않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어떤 곳은 지나치게 빠르고 시끄러운 록 음악이 흘러나와서 상대방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고 어두운 조명으로 인해 헬스장이 아니라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했고, 어떤 곳은 PT에 대해서 문의했을 때 우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말했었고 (장애의 이유로 배움에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곳처럼 불가능에 먼저 초점을 둔다면 뭘 하든 크게 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어떤 곳은 차가 많은 거리에 있음에도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서 헬스장에 발 내딛기도 전에 주차로 스트레스받게 했다.


헬스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못 하겠는걸? 마땅한 곳이 없어서 포기를 해야 하나 싶던 차 문득 떠오른 집 근처의 문화센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가본 그곳은 우리가 그토록 찾던 헬스장이었다. 비록 강사 부족으로 인해 PT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기구 사용방법은 충분히 알려준다고 하였으니 걱정 없었고 몇 개월 전 헬스장을 새로이 단장하여서 시설도 무척이나 깨끗하고 밝았다.


적당히 흘러나오는 음악, 충분한 주차공간, 사설 헬스장보다 저렴한 금액까지 금상첨화로다!


헬스 등록 후, 운동을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인바디로 신체 상태 측정을 진행했다. 이런 검사 한 번쯤은 받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기회를 통해서 받다니 너무 흥미진진했다. 인바디 결과지를 받아 든 트레이너님은 결과지 한 번 보고 내 얼굴 한 번 보고 또다시 결과지 한 번 보고를 반복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셨다. "회원님, 그동안 어떻게 사셨어요?"


허허허 그저 웃지요. 운동을 몇 십 년간 하신 트레이너님이 이런 결과는 살면서 처음 본 수치의 결과라고 하셨다. 뭐 얼마나 심각하길래 저렇게 놀라시는 걸까? 하며 들여다본 결과지는 처참했다. 어느 하나 표준인 것이 없었다. 상태를 나타내는 막대 바는 모두가 왼쪽을 향해 바짝 붙어있었고 오른쪽으로 길게 나있는 막대 바는 단 하나도 없었다. 내가 마른 것은 알았다만 이 정도로 표준 이하의 몸이라니!


"쉽게 지치시죠?"

"네 맞아요"

"많이 먹어야 하는데 위에는 잘 안 들어가고 그러다 보니 덜먹고 덜먹으니까 금방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니까 금방 짜증 나고 예민해지시죠?"

말씀하시는 것마다 다 맞소이다. 이쯤 하면 헬스 트레이너님이 아니라 무당 아니신가? 족집게처럼 척척 나의 상태를 집어내시니 처음 만난 그에 대한 신뢰가 절로 생겨났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위해서 쭈뼛쭈뼛 다가간 헬스장에서 처음으로 러닝머신을 밟았다. 드라마 속에서 남자 주인공이 근육질의 몸매가 잘 드러나게 딱 붙은 운동복을 입고 뛰거나 혹은 긴 머리카락을 높게 올려 묶고 찰랑거리면서 뛰다가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여자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서 보기만 했던 러닝머신. 이것을 내가 직접 밟는 날이 올 줄이야.


러닝머신은 걷는 정도를 조절할 수 있었는데 보통 기본적으로 가볍게 걷는 속도라는 3km부터 시작했다. 아니 트레이너님 지금 이게 가볍게 걷는 속도라니 장난치는 건가요? 가뿐하게 걸을 것처럼 말하는 트레이너님의 말과는 달리 걷는 내내 어찌나 숨이 차는지! 남편은 벌써 6km의 속도로 빠르게 걷는데 나의 두 발은 지나가는 벨트를 따라가기 바빴다.


후들거리는 다리로 10분 동안 러닝머신을 끝내고 헬스 트레이너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시키는 대로 기구 사용법을 배웠다. 더 이상 가벼워질 무게도 없는 가장 위 칸에 위치한 무게인 5kg부터 시작했건 만 기구들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고 그걸 들려고 애쓰는 나의 두 팔과 두 다리는 사시나무 떨듯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리고 다음날, 몸 어느 곳 하나 멀쩡한 곳 없었고 뭇매를 맞은 듯한 얼얼한 근육통을 느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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