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울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아이를 낳으면서 우리 두 사람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모습은 둘이 아니라 세 사람 혹은 네 사람이 되었다. 뜨거운 여름날 어린아이들과 함께 한 우리의 첫 여행. 어찌나 정신이 없는지 일박이일의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야심한 새벽, 늘 그렇듯 나의 밤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이런 나의 세상을 오해할까 "언니, 저 이제 전혀 들리지 않아요"라고 전달하고 눈 감으려는 순간 그녀가 내게 말했다. "너는 빼고 자는구나 나는 아이들 때문에 항상 보청기를 끼고 자."
늘 궁금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아기를 낳게 되면 아기가 밤에 울 때 어떻게 하는지. 그래서 그들을 만나면 항상 물어보곤 했다. "아기를 낳으면 밤에 아기가 우는 소리는 어떻게 들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똑같았다. "보청기를 끼고 자." 그녀도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신생아들은 한 시간마다 깨기 때문에 낳은 지 얼마 안 된 경우에는 부모들의 수면이 매우 부족해진다고 들었다. 그래서 갓 부모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 두 사람 모두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아있곤 했다. 이렇듯 익히 들어온 아기의 수면 패턴에 따른 부모들의 수면부족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이 기간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두 돌이 지나가는 아이도 밤마다 깬다는 것과 그녀가 여전히 보청기를 착용하고 잠든다는 사실은 육아를 한다면 신생아 기간뿐 아니라 아주 오랜 시간을 얕은 밤으로 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물론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어떤 아이는 두 돌이 되는 경우에는 잘 깨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들의 개월 수와 관계없이 대부분의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가 아이를 낳을 경우에는 이런 일상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즉시 눈을 뜰 수 있는 청인들의 입장에서는 의아할 수도 있겠다. 소리가 들리면 눈을 뜰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한 청인들의 일상이라면 우리는 소리가 사라진 고요함이 감싸는 밤이 일상이니까.
보청기를 착용하고 잠든다는 것은 버즈나 에어팟을 끼고 잠드는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다. 계속해서 소리가 들리고 귀 안 가득히 플라스틱으로 된 물체가 끼워져 있는 불편한 상태. 더구나 보청기는 귀 안에 딱 맞게 들어가 있지 않고 약간의 틈이 생긴다면 즉시 '삐-'소리가 나는 물체다. 그렇기 때문에 보청기가 있는 쪽으로 잘못 누워 자다가는 날카로운 소리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는 너무 피곤해서 소리가 나는지도 모른 채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보청기가 부서져 있었던 적이 있다고도 했다.
약간의 소리가 있는 부모들이 보청기를 착용하고 잠든다면 전혀 들리지 않는 부모들은 또 다른 방법으로 아이의 울음을 확인했다. 아이의 손목과 자신의 손목을 가느다란 실로 연결해서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눈뜨는 것 혹은 아이가 울 때면 불이 켜지는 기기를 활용하여 눈 감고 자다가 갑자기 기기에서 불이 들어오면 그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육아에도 소리가 필요한 순간을 듣기만 하다가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보니 세상의 엄마들은 모두 대단하지만 특히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엄마가 된 그녀들은 유독 더 대단하게 보였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것도 힘든데 그 긴 밤을 보청기나 다른 물체에 의지하여 얕은 잠을 자는 그녀들처럼 나 역시 그런 밤을 보내게 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과연 나는 온종일 와우를 착용하고 소리 있는 밤을 지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