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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Jul 20. 2016

이별이 창백하게 피어나는 계절

칠월




칠월은 새하얀 이별이
창백하게 피어나는 계절 


그토록 무덥고
후덥지근하며 습한 날에
갑자기
스산한 바람이 불어와
벌건 대낮이 어둑어둑해지는가 싶으면
이내 투둑 투둑 마른 대지에 옅은 먼지가 피어오르노라면 
후두두둑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다

온 집안이 눅눅해지고
사방은 흙탕물로 정신없이 흐르고 나면
방에 불을 땐다.

파지직 깜짝 놀라 기지개라도 켜듯
훌쩍 피어난 불꽃이 잦아들며
보시시 일어나 갓난아이 같던 불길이
이내 성난 야수처럼 훨훨 타올라
온 세상을 불태울 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타오른다.

야트막한 굴뚝으로 연기가 솟고
해는 가지런히 흐르며 보이지 않는 구름에 넘어가고
메케한 연기 냄새가 이따금 눈물 찔끔거리게 하고
용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불꽃처럼
아궁이 밖으로 불길을 쏟아부어도
잠시 후면 언제 그랬냐는 듯
따닥따닥 평화롭고 한가롭게
졸린 듯 노랠 부르며 한가로이 타오르는 불꽃 소리가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따스함이 배어나고
앞마당에 빗물이 황소 눈망울만 한 물거품을
쉼 없이 만들어내는 듯 사라져 명멸하는데

아궁이 앞의 불타는 따스한 소리
빗물이 쏟아지는 소리
하얀 그리움이 정신없이 흐르는
저녁나절의 한가로움
우물 옆 감잎에 쏟아지는 빗방물 소리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옥수수는 파랑 하늘에 점점 커지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라는 해바라기는
한 살도 안 된 녀석이 내 키를 훌쩍 넘었고
탱탱하게 익은 마늘은 얼마나 탐스러운지 모른다.
고 녀석 마늘종을 뽑아 고추장에
찍어 한 입 먹으면 얼마나 매콤 달콤하던지

참외는 황금빛으로 토실 살이 오르고
시퍼런 수박은 엉거주춤 남산만큼 높아온다

칠월
그 달은 생명의 계절 열기의 계절 땅이 갈라지기도 하고
온갖 풍요로움이 푸르디 푸러 짙어진 신록보다 더한
풀빛으로 온 세상을 물들인다.

여름밤은 어디엘 가도 너그러우며
한 가닥 옷깃에도 움츠러들질 않는다.
이런 너그러움 풍요로움 한없는 베풀음이
행복이라 삶이라 희열이라며 나부낀다.


칠월엔 비가 내린다.
칠월엔 잎새가 짙어진다.

한없는 보고픔
지칠 줄 모르는 그리움
과일을 다 익혀놓고선
새하얀 이별이 창백하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휘파람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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