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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Sep 23. 2016

시간의 불꽃 끝에 앉아




아련한 시간의 추억이 불꽃 끝에 앉아
분홍 꽃빛으로
어여쁘게 타들어간다

장작이 타오르는 불길이란
섬세함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길이 없다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같은 우악스러움만 있을 뿐

하지만,
낙엽이 타는 걸 가만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아궁이에
바사삭 밀어 넣으며
파랑 연기 끄트머리로 타닥탁 꽃잎처럼
피어나는 부지깽이 끄트머리 불꽃을

어둠에 눈동자처럼 빛나는 별빛만큼
발그레 어우러지는 분홍빛깔에 하얀 눈물을 피어 올리며
반짝이는 낙엽이 타오르는 사이로 다가오는
아스라한 파랑 연기의 고소한 내음을

낙엽 뒹구는 소리에 더욱 고요하고 차분한 계절 가을은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사색을 드리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기술이 첨단일지라도
인간의 사색과 본성에 이르는 오묘한 멋과 섭리와
깊은 맛은 자연의 것을 따라갈 수 없다

밤으로 인한 기다란 시간의 사색
고독으로 피어오르며 다가서는 그리움
다함이 없는 인간의 간절함과 욕망에 꺼지지 않는
보고픔에 이르기까지 자연을 품은 인간의 영혼은
다함이 없는 만큼 나아가곤 돌아올 줄 모른다

긴긴 세월의 한쪽 가을을 남긴 사랑만큼 처절하고 처연한
이별의 고독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갈가리 벗겨진 채 버려진 서러움처럼
사무치는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랑'을 노래한다

가을,
해 질 녘이면 스산하게 선선하게 다가서는 짜릿한 서늘함이
고독을 잉태하고 그리움을 도드라지게 하며 보고픔에도
다가서지 못하는 자그마한 영혼을 지치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웃어보라고 못생긴 잎새에게 단풍을 주어 잠시
넋을 잃게 만들곤 이내 퇴색하는 덧없음으로 남아
아스라이 부서지듯 타들어가며 마지막 숨결 같은
하얀 연기를 남기고선 윙크처럼 스러지는
낙엽의 태움으로 계절은 순백의 시절로 빠져든다

신의 섭리
인생의 진리
사색하는 그리움으로 까치발을 내어 민 채
서리를 모자인 냥 눌러쓴 푸른 하늘을 넉넉히 품을 듯한
홍시의 넉살에 그만 웃고 마는 것이다

그리움은 사다리를 타고 한도 끝도 없이
별님에게로 거침없이 올라간다

시간은
공간은
정령의 발걸음은
아무 염려 없이 자그마한 그리움의 다가섬을 어둠으로 허락한다












휘파람 

201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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