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두화 물꽃 그리고 어머님
풍성한 물꽃 아래로 이어진
밭으로 가는 길
물꽃 필 무렵엔
저 길로 땀을 닦으시며
어머님이 걸어오실 듯합니다
유월엔
물꽃처럼 풍성한 꽃이 되고 싶습니다
모 낼 무렵이면
불두화처럼 충만한 그리움을 가득 드리웁니다
물꽃을 이루는 고운 꽃잎처럼 가지가지
무수한 그리움이
몽글몽글
덜퍽지게 피어난답니다
새들은 날고
여느 날처럼 햇살은 찬란하며
바람은 살랑거리는데
밭둑길을 따라
오늘도
어머니가 오실 듯 아른아른합니다
논둑길에 서면
뜸부기 울고
멧비둘기 구구되고
꾀꼬리에 뻐꾸기 노래하는 이 봄도
다 가버릴 즈음 이건만
이토록 품속처럼 보드랍고
포근한 물꽃이 밭뚝에 덩그러니 걸렸습니다
울컥
그리움이 가슴을 벗어나려 바둥거립니다
논두렁 안엔 물이 담기고
모가 심긴 논배미엔
보드라운 흙을 밟고 첨벙거리며 뜬모하는 손놀림만 바쁘고
허연 물안은 다시금 흙탕물이 일며
하나 둘 연둣빛 고운 모들이 새로이 빈자리에
야무지게 심깁니다..
바람도 여전하고
모들도 빼곡히 쪽 고르게 심겼습니다
이젠
다만
논배미따라
밭고랑따라
어머니만 오시면 됩니다..
모내기철
물꽃은 한껏 피어오르고
꽃게는 제철이며
밴댕이 노릇노릇 익어갈 즈음
어머님 고운 얼굴
환한 웃음이
물꽃 그리움 되어 애틋하게 피어오릅니다..
글 사진
휘파람
2016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