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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Mar 23. 2023

안전한 모임

쓴소리

처음엔 좋았지만, 쉬는 기간이 길어지자 점점 어깨가 접히고 쪼그라졌다. 나를 가꾸는 것을 비롯해 모든 게 귀찮아졌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모임의 사람들은 이럴 때 만나면 농담 섞인 공격을 다.

“왜 이렇게 살이 쪘어. 완전 아줌마 같다.”

“네가 오죽했으면 남편이 그러겠냐. 안 봐도 비디오다.”

예전이라면 시원하게 맞받아치며 박장대소를 했겠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던진 돌에 맞아 상처받는 개구리가 되었다.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잘 나가는 모습으로 꾸며야 하니 옷도 신경 쓰이고 나가기 전부터 피곤하다.      


이와 달리, 아주 안전한 모임이 있다. 나를 집 밖으로 끌어내준 이들은 엄마도 해주지 않칭찬을 한다. 주근깨를 보고 나의 호탕한 웃음이 하늘로 올라갔다가 별이 되어 내려와 뺨에 걸린 것 같다 하질 않나, 말을 어쩜 이리 잘하냐며 쇼호스트를 권하는 등 초현실적 마구잡이 칭찬이 계속된다. 언젠가부터 친구나 가족에게도 속을 털어놓는 것이 망설여졌다. 그런데 여기는 다 내보여도 안심이 된다.     


한 번상처받은 일화를 모임에서 토로한 적이 있다. 하면서도 지인의 흉을 보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 한참을 귀 기울여 듣던 지인이 진지하게 말했다.  

“요즘 제가 논어를 읽고 있는데요. 논어 제4장 5절에 보면 그런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랍니다. 믿으세요. 진짜 그렇게 쓰여 있어요.”

그토록 지혜롭고 우아하게 편을 들어주셨다. 어떤 얘기를 해도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이들이 내게 온 것이 기적 같다. 만나고 나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고 돌아오는 내내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다.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다는 옛말이 있다. 물론 관심이 없다면 쓴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좋지 않듯, 써도 적당히 써야 삼킬 수 있는 법이다. 조금 다른 예로 한때, 인터넷상에서는 아예 관심이 없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지 않냐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무분별한 비난이 얼마나 영혼을 좀먹는지 그 처참한 결과를 이미 보아 알고 있다.


살다 보면 피곤이 누적되고 온갖 스트레스에 급격히 체력이 약해질 때가 있다. 그때 몸에 좋다는 값비싼 약을 지어먹는 것이 오히려 비위(脾胃)의 기능을 떨어뜨리거나 상하게 하기도 한다. 대신 잠을 푹 자거나 정갈한 식사 하는 것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면역력이 약해져 있을 때는 생채기를 내는 독한 말보단 따뜻한 위로 한 마디 된

      

없는 소린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한다면서 마치 신념이라도 되는 양 쓴소리를 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혼잣말이 아니고서야 말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므로 분명 사회적인 행위이다. 그러니 상대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이른 아침, 엄마가 했던, '밥 먹구 가라.'  제외하고는 100프로 상대를 위한 말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들 그냥 입이 간지러워서, 잔소리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자꾸 말에 칼을 물거나 뼈를 넣지 말고, 상대를 애정 어린 눈으로 한번 봐주는 것은 어떨까. 얼마나 마음을 졸이고 당신 앞에 서 있는지, 얼마나 어깨가 축 처져 있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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