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5시 스타벅스

by 바다숲

핸드폰을 하다가, 순간 이상하리만치 적막이 확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둘러보니 드넓은 매장에 열다섯 남짓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언제부터 앉아 있었던 걸까. 스타벅스는 원래 음악이 없었나. 아니구나. 낮게 팝송이 깔리는구나. 가요는 가사가 귀에 들어오지만, 팝송은 귀를 그냥 통과한다. 영어를 전혀 못 하는 게 이럴 땐 성가시지 않아 좋다. 대부분 혼자다. 딱 한 테이블만 커플이 나란히 앉았는데, 그마저도 각자 노트북을 하며 대화 없이 있다. 혼자 온 사람 중 나를 제외하곤 다들 노트북으로 뭔가를 한다. 아마도 온라인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하거나 이력서를 쓰겠지.


설거지하고 매장을 정리하며 포크가 달칵거리는 소리가 카페에 크게 울린다. 덩치 큰 남자들도 이상하게 발소리를 죽여낸다. 다들 여기가 도서관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나가는 손님을 배웅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스타벅스입니다~~' 친절교육을 이수한 솔톤의 부드러운 음성이 조용한 카페에 울려 퍼진다.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나가지도 않는다. 커피값이 비싸 그러겠지. 나도 그러니.


동네카페는 교복 입은 아이들이 바글바글해서 바로 앞사람과 대화할 때도 소리를 질러야 가능하다. 거긴 모든 메뉴가 오천 원을 넘지 않는다. 음료 맛도 스타벅스보다 훨씬 좋다. 사실 조용하기 때문에 여기 오는 것이지만, 오늘따라 외롭다.


통창으로 지나가는 할머니가 보인다. 보라색 벙거지 모자에 철쭉꽃색 원피스를 입고 검은색 큰 배낭을 메었다. 갑자기 멈춰서 이쪽을 보시길래 눈이 마주칠까 봐 고개를 돌렸다. 할머니는 한참 동안 서서 안을 들여다보신다.


공부할 때 도서관에서 집에 오는 길목에 호프집이 하나 있었다. 밤 열 시, 통창으로 훤히 보이는 밝은 실내엔 치킨이 가득 담긴 쟁반을 앞에 두고 생맥잔을 부딪치며 함박 웃는 사람들이 있었다. 모두 누군가와 함께였다. 부러워서 한참을 서서 안을 쳐다보았다. 가는 길에 병맥주를 샀는데, 집에 병따개가 없어 가게에서 뚜껑을 따고 입구를 손바닥으로 막은 채 걸음을 재촉해 갔다. 공부에 방해될까 봐 핸드폰도 인간관계도 정지했었다. 그때, 누군가와 호프집 창가에 앉아 쉼 없이 짠하며 내일 걱정 없이 마시고 이야기하는 게 꿈이었다.


알록달록 철쭉꽃색 치마를 입은 할머니가 한참 동안 안을 들여다보시더니 그냥 가신다. 카페 안보다 따뜻하고 화사한 기억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신다. 친구들이 가득한 그 벤치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