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회복실

by 바다숲

수술실에 들어간 지 꽤 흘렀다. 나와 같은 보호자들이 수술실 앞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다. 누구는 울고, 누구는 계속 통화하고, 또 누구는 같이 온 사람과 두런두런 희망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기도하는 자세로 한참을 있었다. 언제까지고 그 자세로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시간이 경과할 즈음 형님한테 전화가 왔다. 평소 왕래가 전혀 없던 어려운 형님이 전화하시자마자 목이 메셨다. 혼자 둬서 미안하다고 하신 때부터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샜다.


중년 여성분은 수술 끝날 시간이 지났는데 안 나온다고,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불안해하시다가 급기야 수술실로 빨리 전화해 보라고 안내하는 분을 마구 다그치셨다. 그분은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성화에 못 이겨 수술실에 전화를 넣었고, 쩔쩔매시는 게 혼이 나시는 듯했다.

난리 통 속, 혹시 수술 중 불상사가 생기면 중간에 호출하겠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에 잠깐 물 마신 것 외에 잠시도 수술실 앞을 떠나지 않았다.




드디어 전광판의 상태 메시지가 '수술실'에서 '회복실'로 바뀌었다. 4시간 반 만에 수술이 끝났다. 부동자세로 기도하다가 갑자기 긴장이 탁 풀렸다. 의사 선생님이 어떤 문에서 나오실지 알 수가 없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며 계속 두리번거렸다. 2~3 분여가 지나자 선생님이 나오셔서 나를 호명하기도 전에 앞으로 뛰어 내달려갔다. 언뜻 표정이 밝아 보이셨다.


“수술 잘 끝났어요. 조기일 가능성이 있어요. 하지만 단정할 순 없어요. 조직검사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으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깊지는 않았는데 진행성이라고 생각하고 많이 긁어냈어요. 많이 긁어내서 합병증이 있을 수도 있어요. 어쩌면 없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조직검사 결과 나오는 거 지켜봅시다.”


애매하기 그지없는 답변이었지만, 마치 무죄를 선고받은 사형수처럼 기뻤다. 계속 두 손을 모아 사이비 신도처럼 “오~~ 오~~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말을 아끼시는 선생님이 저 정도 말씀하시는 거 보면 상당히 긍정적일 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같이 아팠다. 손댈 수도 움직일 수도 없을 정도로 찌릿하게 짓누르는 통증이 밀려왔다. 너무 신경을 썼나 보다. 하나님, 정말 감사합니다. 손 모아 오래 기도를 올리고 병실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은 계속 덥다고 호소했다. 병실이 덥기도 했고 원래 수술 후엔 열이 오른다고 한다. 이틀이 지나야 물을 아주 조금씩 마실 수 있단다. 물에 적신 거즈로 입을 닦아주고 입에 물게 했다. 수건에 찬물을 묻혀 온 몸을 닦아주고 식으면 다시 수건을 대주기를 몇시간 반복했다. 부채 대신 얻은 이면지로 부채질을 해주었다. 간호사에게 히터를 조금만 줄여달라고 했더니 오늘 겨울치고 따뜻해서 히터를 안 켰다고 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복강경 수술을 한 배의 통증도 극심한 데다 마취가 풀리면서 평소 앓았던 통증들이 전부 다 수면 위로 올라온 듯했다. 무통 주사 버튼을 눌러대도 소용없었다. 특히 허리가 너무 아프다며 자세를 바꾸고 싶어 하는데 간병은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서 간호사를 찾았다. 코로나로 보호자 상주가 어렵게 되면서 각 병실 앞에는 간호사가 한 분씩 배치되어 있다. 상 봐오던 풍경일 테니 미동도 없이 "한두 시간 있음 괜찮아져요", "괜찮으면 그렇게 하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한참을 고통스러워하다 잠 드는 걸 보고 병실을 빠져나왔다. 나오면서 병실 담당 간호사에게 두 손을 모으고 부탁을 드렸다.

"선생님~남편이 무지 내성적이라 아파도 말을 잘 못할 거예요. 자주 좀 들여다봐주시고 챙겨주세요 잘 좀 부탁드릴게요."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남편 혼자 오롯이 감당하고 회복해야 할 며칠이 벌써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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