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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Jul 14. 2022

10년 만의 건강검진

세상이 달라 보인다

세상이 달라 보인 적이 올해 딱 두 번 있었다

남편이 위암이라는 얘길 들은 날,

기분 탓이었는지 맑은 날 하늘이 왠지 어두컴컴해 보였다.

그리고 어제까지 많은 비가 왔다 그친 오늘.


간단한 국가 건강검진은 10년 만이고

내시경, 초음파, 유방암 검사, CT까지

 기준 종합검진은 난생처음이다.

건강염려증에 두려움에

재작년부터 받았어야 할

40세 생애전환기 검진(각종 암 예방검사)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속이 쓰리고 신물이 가끔 올라오고

소화제를 달고 살고 속이 늘 더부룩한 게

나도 꼭 위암일 것만 같고,

급격히 살이 찌면서

당뇨 고지혈 콜레스테롤 등 각종 수치가

정상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평소 몸 상태로 미루어 건강할 거라는 기대는 사치였다.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은 건 아니었다.

지난 금요일,

말 그대로 토사곽란이었다.

화장실로 기어가서 고개를 들어 변기를 열 힘도 없이

바닥에 누워 다 게워냈다.

고통스러웠다.


다음날 일찍 병원에 갔다.

의사는 장염 같다고

주말이 지나도 아프면 검사해보자고 했다.


다음 날이 시어머니 칠순 기념 가족여행이었다.

아무래도 강릉여행은 무리라는 판단에 한참을 망설이다

어머니께 전화해서 몸이 아파 못 간다고 말씀드렸다.

"어쩔 수 없지. 월요일 금식하고 병원 가서 내시경  . 규칙적으로 밥을 먹어야 해. 알겠지? 나도 예전에 식당 할 때 6시에 아침 먹고 점심을 4시에 먹어서 위 다 버렸어. 아침 꼭 먹어. 알겠지?"

따뜻한 반응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넘쳐흘렀다.



내시경을 받으려고 대기하는데,

국가 건강검대상이라며 뭔 쪽지를 주고 위층 검진센터로 가보라고 했다.  내돈내산이라도 하려 했는데 잘됐다. 올라가서 오늘 금식한 참에 검진 다 받을 수 있냐고 문의하니 가능하다고 했다.


마리오네트처럼 시키는 대로 움직이다 정신을 차리니 내시경 회복실이었다. 마취가 풀리면서 소리를 질렀나 보다.

"여기서 소리 지르시면 안 돼욧!"

날카로운 목소리에 정신이 들어 일어났다.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울다가 눈물을 닦고 일어서는데

간호사 말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비틀거리고 부딪혔다.


의사 앞에 니, 별 이상은 없고 위염기가 보인다하셨다.

위염치곤 너무 아픈데, 윗배가 아픈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냐고 물으니 췌장염도 그럴 수 있단다.

아버지가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하니

CT를 바로 찍으러 가라고 했다.

의사는 병원의 모든 기계를 내가 다 체험해보기를 원했다.


일단

위암은 아니고,

결과가 다 나와야 안심이 될 것 같다.


4일이 지난 오늘, 실비보험에서 연락이 와

서류 보완 차 병원에 갔다.

갑자기 진료실로 불러 어리둥절하는데,

벌써 결과가 나왔단다.


CT 결과 췌장 이상 없고, 

당뇨, 고지혈, 빈혈, 콜레스테롤 다 정상이고

신장에 돌이 있고, 간에 작은 낭종이 있는데 이건 추적 관찰하면 된단다.

그리고 b형 간염 항체가 없으니 주사 맞으란다.

어느새 주사실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어. 이 병원 일 잘하네.


나 멀쩡하네

겁나게 건강한데 괜히 걱정했네

그냥 심리적인 거였네

괜히 몇 년을 미뤘네

이제 뭐든 다해도 되겠네

아 정말 오늘 날씨 죽이네.

가끔은 마리오네트처럼

자유의지 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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