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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결방정선생 Oct 23. 2023

타조 효과에 지지 않기 위해서

[초등 교사 일상]




약간의 죄책감을 가진 채 냉장고 속 불안하게 썪어가는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한다. 몇 년 동안 잘 신지 않던 운동화 한 켤레는 혹시 모르니 아파트 재활용함에 올려두고, 아들 녀석의 작아진 축구화는 깨끗히 세탁해서 지인에게 건넬 예정이다.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주거 공간에 여백을 줌으로써 생각과 일상에 신선함을 더하고자 하는 나만의 생활 공식, 비워내고 정리하기. 주기적으로 행할수록 만족도는 높아지는 법.



[에코하우스로 오세요] 라는 책에서 타조 효과(ostrich effect)를 인용한다. 맹수가 돌진해오는데 도망갈 생각은 않고 머리를 모래에 처박는 타조의 모습에서 유래된 말, 위기가 닥쳐오는데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려는 형태를 비판하는 말로 쓰인다고 한다.[네이버 지식검색]



알면서도 행하지 못할 것 같은 몇 가지 일들이 위기의식이 되어 다가온다. 인체에 유해한 소재들을 마구 찔러넣었을 것만 같은 10년 된 천소파, 이쁘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버리겠다는 마음만 무겁게 지닌 게 1년. 남편과 아들의 유쾌한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은 어쩌면 핑계일지 모른다. 편리성과 안락한 분위기를 포기하지 못한 나의 지지부진함 때문이다. 



올 여름에는 번거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과감히 소파와 이별할 수 있을까? 



타조 효과에 지지 않기 위해,

고려하고 단행할 일들이 많은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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