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경선 May 09. 2024

AI시대 우리 아이들의 수학교육은 어때야 할까요?

02 AI시대 우리 아이들의 수학교육은 어때야 할까요?

 

아침에 생각한 의미 있는 말이지만 그냥 우리가 많이 하는 말이 생각났어요.

우리 교육현장에서 애들이랑 저랑 많이 하는 말이죠.

 

‘아~정신이 있다. 없다!’

 

네 맞아요. 우리 이 말 많이 하죠?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신 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나요? 아이들에게 ‘생각난 질문이 맞는지 우리 책으로 찾아보자’, ‘자신이 좋아하는 소설가를 찾아보자’, ‘네가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책을 실컷 읽어보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있나요? 정신에서 비롯된 우리 인식의 차원은 정말로 아날로그적인데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아요. 정신이 없기 때문지요. 근대화의 산업화를 비판한 유명한 영화가 있어요. 『모던 타임스』 영화인데, 주연 찰리 채플린이 단추를 돌리는 일을 하면서 계속 뭔가를 돌리는 일에 공장 밖에 나와서도 계속 돌려요. 이 영화의 찰리 채플린처럼 뭔가를 돌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사고를 가르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뭘 하면 좋고 재미있는지 ‘향유’하는 주체로 봐주지 않는 교육현장이 고스란히 고발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그야말로 애들이 공부를 하느라 공부를 못하고, 교과서 참고서를 보느라 책을 못 읽는 것이 문제인 거예요. 독서를 해라 해라 하지만, 이미 타율적으로 정해진 삶이 온통 매진해야 하는 경쟁으로 가득 찬 구조화를 해두고 그 안에서 향유하는 인간으로서의 여지도 찾아내라니요. 너무 바빠요. 진짜 바빠요. 애들이 너무 바쁩니다.

 

바쁜 것은 AI가 다 해두도록 이 세상은 다 바뀌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만 계속 바쁘니, 그것의 반작용으로 소외된 우리 아이들의 자아는 그 안에서 우울증으로 번아웃증후군으로 가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미치도록 자기를 몰아가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편집증적인 자아와 바쁜 와중에 롤러코스터처럼 주어지는 희로애락이 조증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몰라요. 그래서 연예인들의 일에 미치도록 ‘찬성’과 ‘반대’로 나눠서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래서 저는 수학공부할 때만큼은 하나를 깊이 생각하도록 ‘말이라도’ 그렇게 하는 편입니다. 정말 저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이 많아,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다그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말이라도 ‘천천히 해라’, ‘천천히 생각해 봐라’,라고 말이라도 하긴 합니다. 인식은 하고 있긴 합니다. 현장에서는 어렵지만요.

 

여러 권의 문제지를 써야 학원경영에 도움 됩니다. 여러 개를 배웠다는 느낌을 엄마들이 좋아하니까요. 제가 엄마라도 그렇지요. 저는 그런 점도 잘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여러 번 써보고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래서 자꾸 노트를 직접 손으로 쓰게 합니다. 강남학교 시험은 중고등 대부분 너무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딴 게 없어요. 쉬우면 백점이 너무 많아지니까요. 300명 정원에 12명까지가 1등급인데, 쉬우면 100점이 40명! 이렇게 되면 1등급은 없고 100점이 3등급일 때가 나오니까, 어쩔 수 없어요. ‘다 같이 공부를 안 해보자’ 그럴 수는 없으니 그렇게 되는 겁니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저는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는 방법은 자꾸 자기가 아는 데까지 찾아본다, 그 아는 곳에서 어떻게 모르는지 잘 말로 표현해 본다. 또 자기가 아는 것을 자꾸 ‘손으로’ 써본다. 외우려고 하지 말고 철저히 배운 것을 잊고 개념을 갖다 자신의 생각으로 재구조화하려고 노력해 본다. 아이가 어려운 문제를 안다고 하면 말로 자꾸 시켜보기도 합니다.


AI가 로드맵처럼 아이들에게 실시간으로 맞는 문제를 개개인별로 아이들에게 가져다줍니다. 그러면 그 문제를 집중해서 지금까지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새롭게 발전된 형식을 잘 생각하면서 그 사고의 도약을 잘 느껴보며 쓰게도 하고 그냥 풀어보게도 합니다. 아이들이 하도 수학공부할 때 무한경쟁 속에 내몰려서 불안해하니, 자꾸 쓰면서 자기가 쓴 것을 보고 좀 어떤 면에서 안심이라도 하라고 쓰라고 하는 측면도 있어요. 모든 심리학 책에서 그렇게 쓰는 것이 불안을 낮춰준다고 하니 그 방법도 좋겠다 해서 그렇게 하고 있기는 합니다.


하이데거가 ‘손으로’ 하는 노동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우리 지식사회에서 우리 자신 자체를 뭔가를 아날로그적으로 쓰는 것에 의미가 있고 마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100년 전에 하이데거는 알았던 거 같아요. 수학은 기호의 학문이라 문장으로 주절주절 쓰지는 말라고는 해요. 되도록 수식과 기호로 쓰라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수학노트를 잘 써보게 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제가 알아내야 할 연구주제이기도 하지요.


또 쓰는 것에만 집착하지 않도록 어떤 지식을 도구화할 때 그 아이의 맞는 수준으로 노트를 쓰고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내야 할 거 같아요. 시간을 보내려고, 엄마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공부는 이미 쓰레기이니까요. 또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지식과 의식의 성장과 트임이 아닌 기계적인 쓰기 또한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알려줘야 하겠지요.

 

수학공부할 때,

1) 자꾸 써보기

2) 절대 남의 풀이를 암기하지 말기

3)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는지 구별해 보기

4) 말로 해보기

 

등등 제가 아이들에게 해주고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아요.

어떻게 하라고 써놓기는 해도 애들마다 다 다르고 상황이 있으니, 저도 내일부터 만날 우리 친구들 개개인을 어떻게 하는 것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다짐해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부방법 변화로 철학과 박사 도전의 용기가 생겼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