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부르스의 <골목길>

작사, 작곡 엄인호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신촌부르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uG3 hjIvZhK4? si=oZkW3 Fi5 l7 g5 xZge

만나면 아무 말 못 하고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


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 가면서 후회를 하네


- 신촌부르스의 <골목길> 가사 중 -




신촌부르스는 1986년 데뷔했습니다. 신촌에 있던 유명한 라이브 카페인 '레드 제플린'에서 결정성 되었다고 하네요. 그동안 실력자들이 이 그룹을 거쳐갔습니다. 한영애, 김현식, 이은미 이 대표적이죠. 팀명은 멤버 중 주축이었던 엄인호 씨가 신촌에 살아서 그렇게 지였다고 합니다. 하하하.

원년 멤버는 엄인호, 이정선, 김현식, 한영애, 정서용이었습니다. 멤버 중에 이정선은 우리나라 기타 교본 베스셀러인 '이정선의 기타 교실'의 저자이자 동덕여자대학교 실용음악교수로 재직 중인 분이죠. 저도 한 때 그 책 보면서 기타를 튕기던 시절이 있었네요. 하하하.

1988년 첫 앨범을 냈고요. 1집에서는 한영애가, 2집에서는 김현식이 주로 노래를 부르며 명반이라고 부를 만큼 좋은 곡들을 대거 선보였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2집에 실린 곡입니다. 너무도 유명하죠. 오디션 단골곡이기도 하고요. <응답하라 1988>에도 OST로 삽입된 바 있습니다.

1990년 3집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정규 6집을 발매했고 비정규나 Live 앨범도 4개가 있습니다. 그들은 올해 40주년을 맞아 기념 콘서트를 열었기도 했죠. 블루스와 록이라는 장르를 접목한 세련된 그룹으로 저에겐 각인되어 있는데요. 음악을 향한 그들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골목길'입니다. 예전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다들 주택에 살았고 그래서 골목길이 참 많았습니다. 거기서 각자의 추억이 만들어지곤 했죠. 화자는 골목길에 어떤 추억을 담아 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일까요?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이 바라보았지' 부분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것도 아닌데 화자는 심장이 뛰기 시작합니다. 상대의 집을 향하는 골목길에 들어서서죠. 하지만 화자는 상대의 집 앞에 우둑커니 서서 창문만 바라봅니다. 그것도 커튼이 쳐 있는 창문을요.

'수줍은 너의 얼굴이 창을 열고 볼 것만 같아/ 마음을 조이면서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부분입니다. 그렇게라도 상대를 보고 싶었던 것일 겁니다. 혹시라도 상대가 커플을 저치고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마음을 조리고 있습니다. 짝사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고백을 못하고 가슴만 앓는 화자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만나면 아무 말 못 하고서 헤어지면 아쉬워 가슴 태우네/ 바보처럼 한마디 못하고서 뒤돌아 가면서 후회를 하네' 부분입니다. 막상 만나면 말도 건네기 어렵고 그렇다고 헤어지는 것은 싫고 그렇게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후회로 귀결되죠.

'골목길 접어들 때에 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커튼이 드리워진 너의 창문을 말없이 바라보았지' 부분입니다. 앞의 가사와 동일한데 느낌은 사뭇 다릅니다. 뭔가 허탈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는 화자의 복잡한 심경이 그려지고 있는 듯하네요. 까이더라도 빨리 고백해서 광명 찾으시길. 하하하.


음. 오늘은 오늘은 '골목이 없어지면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골목은 '동네 사사이를 가로지리는 좁은 길'을 말합니다. 현재 골목길은 낙후된 동네를 연상시키죠.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가게들이 리노베이션을 통해 특화된 거리를 만드는 시도도 있고요.

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유년 시절에 골목에서 친구들과 각종 놀이를 하던 것이 생각나네요. 딱지치기도 하고 구슬치기도 하고 그랬더랬죠.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격하게 남아 있는 것은 장례 문화였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영안실이 아니라 집에서 염을 하고 장례를 지냈는데요. 그때 골목길에 돗자리를 깔고 방문객을 맞았거든요. 그때만 해도 삶과 죽음이 떨어져 있지 않고 한 공간에 있었죠.

골목길은 으쓱하고 사람이 별로 없는 범죄 우범 지역이라는 이미지도 있습니다. 스릴러 영화를 보면 그래서 골목길이 자주 등장하죠. 아리따운 여성이 짧은 치마에 구두를 신고 밤에 골목길을 가다가 괴한에게 습격을 당하는 장소로 위세를 발휘하곤 합니다. 격하게 괴한이 여자를 쫓는데도 그걸 목격하는 사람은 전무한 설정이죠. 그래서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고 뭐 그런 식으로요. 하하하.

골목을 떠올리면 거리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게 됩니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죠. 골목길은 마치 앞 집과 우리 집 간의 DMZ 같은 역할을 하죠. 그렇다고 대치를 하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가 공유하는 앞마당인 셈입니다. 그 공간에서 아이들은 무기가 아니라 놀이기구를 가지고 모이곤 했죠.

같은 높이의 집이라야 앞마당에서의 조우가 가능합니다. 그만큼 예전에는 지금보다는 부익부빈익빈이 덜한 시대였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그때는 동네 꼬마들이 편도 가르지 않고 잘 어우러지며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응답하라 1988 같은 시절을 로망 하는 것도 그런 이유와 맞닿아 있을 겁니다.

한 때 골목상권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었죠. 대형 마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소비자들을 빨아들이면서 먹기 살기 어려워진 영세업자들의 아우성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물류나 인건비 등 어느 것 하나 골목상권이 대형 마트보다 우위를 가지기는 어려웠기에 극약처방으로 주 1회 강제 휴무 등의 방법이 시행되곤 했었습니다. 주말에 마트에 갔다가 문을 닫을 것을 알고 발길을 돌리면서 골목상권 문제를 잠깐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게 되는 이유죠.

재개발, 도시화 등으로 골목이 예전보다 많이 없어지다 보니 그 속에 담긴 문화와 추억도 동시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동네 책방 이야기가 거론되기도 했는데 요즘 보면 책방도 참 찾기 어렵죠. 책을 읽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디지털화도 한몫을 했을 겁니다.

전 언젠가부터 제주도라는 곳은 잘 안 가게 되었는데요. 젠트리피케이션이 너무 심해져서 해안가를 볼 때 익숙한 프랜차이즈 간판이 눈에 걸려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더군요. 발전하는 것은 좋은데 전국 8도가 너무 비슷해지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지점이죠.

이제 골목에서 놀이를 하고 엄마들이 같이 채소를 다듬고, 이 노래처럼 누군가의 창문을 하염없이 지켜보고, 장례를 치르는 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 담긴 우리의 따뜻한 정서 문화도 함께 사라지고 있죠. 아파트나 복합건물들로 인해 골목길이 없어지면서 함께 공유하는 마당도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옆집 사는 사람에 대해 모르고 단절되고 있죠.

저는 일본 여행을 자주 다니는데, 일본 소도시 여행을 하는 이유는 보존의 가치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개발도 개발이지만 옛 것을 보존하는 데는 좀 인색한 측면이 있죠. 선진국들은 예전과 현재를 잘 매칭시켜 나가고 있는 곳이 많잖아요.

골목의 상실은 단순히 공간의 상실이 아니라 정서의 상실도 동반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 기간 같이 놀고 추억을 쌓은 사람들과의 공존의 공간은 우리에게 공동체라는 중요한 가치를 던져주죠. 서로를 조금이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 우린 골목길을 잃을 게 아니라 공동체를 잃은 것은 아닐까 싶네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한 때 골목상권 지키겠다고 나섰던 방송 프로그램이 생각나네요. 백종원의 <골목상권> 말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프랜차이즈 대표가 골목상권을 생각한다는 콘셉트가 좀 의아하긴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죠. 요즘 보니 논란을 거친 후 남극 세종 기지에 가서 대원들 밥 지어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더라고요. 남극에는 골목이 있으래야 있을 수 없죠?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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