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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Sep 18. 2023

모세의 <사랑인걸>

작사/작곡 심현보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모세'입니다.

아래 노래를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https://youtu.be/R1_BQt9ayIA?si=Rs5nmOIP8le2deGo


사랑인걸 사랑인걸

지워봐도 사랑인걸


아무리 비워내도

내 안에는 너만 살아


너 하나만 너 하나만

기억하고 원하는걸


보고픈 너의 사진을

꺼내어 보다 잠들어


- 모세의 <사랑인걸> 가사 중 -




니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는데


세상은 무심히도

아무렇지도 않게

야속하게 흘러가


오늘도 여느 때처럼

달은 저물고 해가 뜨지


시간 앞에선

장사가 없다는 말이 옳아

그리움조차도


하지만 아직도

손 내밀면 닿을 곳에

니가 있는 듯해


오늘도 너의 기억이

날 찾아와 괴롭혀


내 안에 사는 듯한 너

아무리 비워내고 지워봐도

결국 그 자리랄까


너만 보고 너만 알고

너만 위해 살았던 나


너 없인 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무 말도

못하는 나야


그래도 사랑을 믿어

오늘도 사랑을 믿어




모세는 2005년 데뷔해 이 노래로 인기를 얻은 가수입니다. 하지만 이 외 정보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베일에 싸인 가수는 아닌데도요. 2016년도에 '슈가맨'에 출연해서 본인을 빛나지 않는 스타라고 말하기도 했구요. 같은 해 복면가왕에도 출연한 이력이 있고 2021년에는 '싱어게인 2', 2022년에는 '불타는 트롯맨'에 아버님 이름인 '춘길'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찾아서 들어봤는데 트로트에도 목소리가 잘 어울리더군요. 데뷔 때부터 디지털 싱글을 꾸준히 내고 있고 OST도 심심치 않게 참여한 것으로 봐서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해야 할 듯합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부터 짚어보죠. <사랑인 걸>입니다. 보통 우리가 '~걸'이라는 표현을 붙이면 뒤늦은 아쉬움을 나타내죠. 이 표현을 안 쓸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여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이 떠나고 나서야 그게 진정한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애석함을 담은 제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첫 가사가 '하루가 가는 소릴 들어/ 너 없는 세상 속에/ 달이 저물고/ 해가 뜨는 서러움'입니다. 마치 시 한 소절을 읽는 것 같은 가사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떠났고 여지없이 흐르는 시간 혹은 세상이 애석하다는 표현일 겁니다. 그다음 가사가 '한날도 한시도/ 못 살 것 같더니/ 그저 이렇게/ 그리워하며 살아'입니다. 이별의 아픔도 시간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는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움은 쉽게 거치지가 않죠.

비슷한 표현이 다른 가사에도 나옵니다. '잠결에 흐르던/ 눈물이 곧 말라가듯/ 조금씩 흐려지겠지/ 손 내밀면 닿을 듯/ 너무 선한 니 얼굴' 부분요. 물리적인 눈물은 곧 말라서 옅어지지만 떠난 사람의 얼굴(여기서는 기억과도 같은 말로 보입니다) 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거죠.

'어디서부터 잊어갈까/ 오늘도 기억 속에/ 니가 찾아와/ 하루종일 떠들어' 는 쉽게 잊히지 않는 사람과 상황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잊는다고 잊힐 리 없고 물리적으로는 볼 수 없지만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이 찾아와 시도 때도 없이 노래의 화자를 괴롭히죠. 이런 상황을 비유적으로 '떠든다'는 단어를 써서 풀어낸 것이 참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뒤이어 나오는 '마치 지금도 내 곁에/ 니가 사는 것만 같아'라는 가사는 떠난 사람이지만 자꾸 머릿속을 맴돌아 떠나도 떠난 것이 아닌 상태를 말해주고 있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후렴구인데요. '사랑인걸 사랑인걸/ 지워봐도 사랑인걸/ 아무리 비워내도/ 내 안에는 너만 살아' 부분요. 우린 들어온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잘 안다고 하잖아요. 사랑도 비슷합니다. 곁에 있을 때보다 떨어지거나 이별한 후에 그 가치를 제대로 알게 되죠. 채워져 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사랑이 다 비워지고 다시 처음부터 채우려고 하면 그 자리가 얼마나 큰 자리였는지를 알게 되는 이치랄까요.

저는 이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사가 '너만 보고 너만 알고 너만 위해 살았던 나/.../아무것도 아무 일도 아무 말도 못 하는 난' 부분입니다. 운율이 너무 좋거든요. 의미적으로도 너 하나만 보고 살아왔기에 니가 떠난 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되었다로 통하고요. 이쯤 되면 몸만 성하지 마음은 병든 것이 분명할 텐데 마지막 가사가 '그래도 사랑을 믿어/ 그래도 사랑을 믿어/ 오늘도 사랑을 믿어'입니다. 그 길이 빠져 죽는 길임을 알고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직행하는 '사랑꾼'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죠.

전체적으로 시적 표현들이 즐비한 가사들로 되어 있어서 노래를 듣는 귀가 즐거워지죠. 사실 가수 모세는 이 노래 하나면 충분한 가수입니다. 김흥국 씨가 '왕십리' 노래 하나면 끝나듯이요. 어중간한 여러 곡보다 이런 곡 하나가 대중들에게 가수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는 더 효과적이죠.

제목 <사랑인 걸>처럼 여러분들은 뒤늦게 '내 감정이 사랑이었구나' 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헤어진 후에 '내가 생각보다 그 사람을 사랑했었구나'하는 경험은요? 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을 재는 도구도 없을뿐더러 애석하게도 한 사람의 안에서도 좋아하는 감정의 수준이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분위기만 잘 조성되어도 감정이 한층 고조되는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노래는 실제 사귈 때보다 헤어짐 이후 가장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극대화되는 시점을 티켓팅해서 만들어진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만큼 잘 쓰인 가사임에 분명합니다. 작사가님 응원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실제 이런 사랑을 한다면 후회가 막심이겠죠.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예전에 외워서도 부르던 곡이었는데, 시간이 한참 흘러 가사를 찬찬히 보니 그때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들끊는 것을 발견하는 요즘입니다. 그만큼 제가 나이를 먹고 경험을 쌓으며 성숙해지고 있다는 반증이겠죠. <가사실종사건>이라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보시는 분들도 즐거워야겠지만 하는 저도 배우고 익히는 것이 동시에 생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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