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성의 <오늘도 참는다>
작사 박정우 / 작곡 오석준
안녕하세요?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배기성'입니다.
아래 노래를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아무리 애타게 붙잡아도
세월은 흘러가도
어느새 현실에 묻혀버린
청춘의 기억
화나도 참아야 해
슬퍼도 참아야 해
그렇게 사는 게 인생이잖아
오늘도 내가 참는다
- 배기성의 <오늘도 참는다> 가사 중-
나도 한 때는 용감했지
하지만 시간 앞에선
장사가 없더라고
처자식 먹여 살린다는 핑계로
비겁하다 냉정하다 말해도
어쩔 수 없어
세월 속에 난 얌전해져 가
왕년엔 용감했지
거친 벌판을 누비는 표범처럼
불속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겁도 없이 내달리던
젊음을 불사르던
청춘의 시간이었지
흐르는 세월이 야속해서
애타게 붙잡아도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아
남은 건 현실에
묻혀버린 기억뿐
인생은 다 그런 거겠지
화나도 슬퍼도 참는 거지
오늘도 내가 참는다
배기성은 이종원 씨와 함께 남성 2인조 그룹 캔(CAN)의 멤버입니다. 잘 모르시겠지만 1993년 MBC 대학가요제 은상 출신입니다. 그룹 활동 외에도 개인 활동도 했었는데, 2010년에 김원준, 최재훈, 이세준 씨와 함께 프로젝트 그룹 'M4'를 결성해서 활동했지만 2013년 해체되었습니다.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죠. 데뷔 30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가수라고 봐야겠네요. 이번 노래는 1999년 영화 <주유소 습격 사건>의 OST입니다. 유지태, 유오성, 이성재, 강성진 배우 등과 주유소 사장으로 미달이 아빠 박영규 씨가 나오는 작품이죠. 김수로 씨는 여기서 철가방 역으로 나오고요.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전체적으로 노래 가사가 '남자 남자' 하는 가사입니다. 왕년에 혹은 라테는 말이야라고 말할 만한 과거를 가진 한 남자가 세월이 흐른 뒤에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그 야속함을 표현한 가사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리듬감이 있어서 노래가 입에 착착 감긴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하.
첫 가사가 '세월의 풍파 속에/ 길들여진 나의 인생'으로 시작합니다. 무슨 이야기가 전개될지 짐작이 가시죠.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는 진리 같은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나도 참는다/ 슬퍼도 참는다/ 인생은 그런 거야'라고 말하며 '참을 인'자를 난사해 버리죠.
이 부분은 노래에 후렴구로도 사용돼서 여러 번 반복되는데요. 허스키한 목소리로 부르니 참고 싶어서 참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참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마치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속담을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비겁하다 비웃지 마/ 비정하다 욕하지 마/ 내게도 한 때는/ 용감했던 세월이 있었다' 부분에서는 찬란했던 과거지사와 달라진 현실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을 위해 젊은 시절 가졌던 꿈과 희망을 현실과 타협하며 작아지는 우리들의 모습이 느껴지네요.
그걸 보며 남들은 예전 같지 않다며 비겁하다 비웃거나 비정하다 욕을 해대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잖아요. 삶의 짐이 하나씩 어깨를 짓누르는 세월이라는 무게를 감당하다 보면 자신의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생의 길을 걸어왔음을 발견할 때가 있죠. 하지만 그렇게 그게 비난받을 일인지는 의문이네요. 모두가 각자의 길이 있는 것이지 그래야만 하는 길 따윈 존재하지 않는 거잖습니까. 그렇게 손가락질하는 누군가도 또 누군가로부터 비겁하거나 비정하다고 지적을 당하지 않을까요.
이 노래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사는 '거친 들판 길을 달리는/ 한 마리 표범처럼'과 '불속에 뛰어드는/ 겁 없는 한 마리 나방처럼' 부분입니다. 청춘의 모습을 표현한 가사인데요. 거침없이 질주하다 그리고 겁 없이 뛰어든다는 말로 요약을 한 듯합니다.
우리는 젊은 시절에 사랑, 도전 등에 한 번쯤 거침없이, 겁 없이 질주하고 뛰어드는 진정한 '청춘의 맛'을 경험하죠. 여러분들의 청춘은 어떤 모습이셨나요? 저는 동물을 이용해 이성보다는 야성이 지배했던 청춘의 모습을 그리는 이 가사가 그래서 마음에 쏙 듭니다.
'아무리 애타게 붙잡아도/ 세월은 흘러가도/ 어느새 현실에 묻혀버린/ 청춘의 기억' 부분에서는 세월의 야속함을 드러냅니다. 파란만장했던 청춘도 세월에 묻혀가며 결국 한 줌의 기억으로 남는다는 내용인데요. 인생의 무상함도 떠오르고 그 작은 기억이라고 남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우리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죠. 청춘의 기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에 비하면 몇 배는 나은 삶이다 이렇게요.
네. 나이가 들수록 참 우린 참 화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나이를 먹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며 화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하는데요. 예전에 법륜 스님이 강연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화를 내면 하수, 화가 났는데 이를 잘 다스리면 중수, 화를 애초에 안 나게 하면 고수라고요.
너무 참으면 화병이 난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참는 걸 못하는 사람을 보면 눈살을 찌푸르게 됩니다. 그만큼 참는 영역은 우리의 나이테와 연관이 있는 모양입니다. 여러분들은 잘 참으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그 반대신가요? 화가 날 때 밖에다 풀어서 사태가 해결된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속으로 끙끙 앓으면 그것도 문제겠지요. 그래서 우리 인생이 어렵습니다. 정도의 문제가 늘 남거든요. 자.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3일 만에 브런치로 돌아왔네요. 놀랍게도 3일 동안 브런치 활동은 1도 생각을 안 했네요. 대신 여행을 함께 떠난 부모님을 보며 그분들도 왕년이라는 좋은 시절이 있으셨을 거고 저를 낳고 키우시는 세월의 풍파 속에 많은 것들을 참고 인내하며 사셨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많이 갖기를 희망하면서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