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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Mar 08. 2024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작사 최준영 / 작곡 임기훈, 최준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왁스'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k1 tjHdRdBg0? si=y5 lrtAFPmT3 f5 abQ


아무것도 난 해준 게 없어

받기만 했을 뿐

그래서 미안해


나 같은 여자를

왜 사랑했는지

왜 떠나야 했는지


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 해


-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가사 중 -




우연히 만난 너

사랑만 남기고 떠난 너


하루가 지나도

몇 해가 흘러도

감감무소식


혹시라도 널 마주칠지 몰라

오늘도 그 설렘을 담아

화장을 고치곤 해


널 만나면

모질게 따지고픈 게 있어


왜 험한 세상에

나 홀로 남겨두고

그동안 어디서 뭘 했냐고


그럴 거면

왜 나를 사랑했냐고


맞아. 그땐 내가 어렸어

그래서 어떻게 사랑하는지

몰랐던 것 같아


그래서 늘 후회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야


이제라도 보잘것없지만

내 남은 사랑을 주고 싶으니

다시 만났으면 해




왁스는 1997년 <내가 사는 이유>라는 OST를 부르며 데뷔했습니다. 1998년 '도그(Dog)'라는 밴드에서 리드 보컬을 맡았고요. 밴드가 해체된 후 다시 솔로로 전향했죠. 작곡가 최준영 씨를 만나면서죠. 본명은 조선미 씨고 활동명으로 밴드 시절에는 '조혜리'를, 솔로 때는 '왁스(Wax)를 사용했죠. '가요계에서 반짝반짝 윤을 내겠다' 정도의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가수 데뷔 전에 학습지 방문교사를 한 적도 있네요. 믿거나 말거나.  

2000년 1집을 내면서 본격적인 솔로 활동의 신호탄을 쏘아 올립니다. 타이틀곡이 <엄마의 일기>라는 곡이었죠. '한스밴드'가 부른 곡을 리메이크한 노래입니다. 노래 좋습니다. 한 번 시간 날 때 찾아서 들어보시고요.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오빠>라는 곡으로 후속활동을 했죠. 배우 하지원 씨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고 어느 프로그램에서 립싱크로 불러서 한동안 이 노래를 하지원 씨 노래로 착각하시는 분들도 있었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2001년 2집에 실린 곡입니다. 각종 음악 프로그램 차트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2007년에는 이 노래를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 <화장을 고치고>에서 주인공을 맡아 배우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오빠>의 후속으로 나온 <머니>나 <부탁해요>라는 곡도 있었죠. 2014년까지 무려 정규앨범은 11개나 냈고요 2021년까지 싱글을 발매했습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일품이죠. 연예인 중 홍석천 씨와 절친인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E채널에서 하는 <놀던 언니>에 나오기도 했죠. 세월이 갈수록 목소리의 깊이가 더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화장을 고치고'입니다. 전 남자라 모르지만 여자분들은 어느 때 화장을 고치시나요? 아마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있을 때가 아닐까 하는데요. 이 노래에서 화자는 혹시라도 마주칠지 모르는 지난 사랑을 떠올리며 화장을 고친다고 말합니다. 화자의 사연을 함께 살펴보시죠.

'우연히 날 찾아와 사랑만 남기고 간 너/ 하루가 지나 몇 해가 흘러'도 아무 소식도 없는데'입니다. 전 이런 사랑을 '칼날처럼 밴 듯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잠깐 스쳤을 뿐인데 내상은 상당한 수준인 거죠. 화자의 사랑도 짧지만 뭔가 묵직한 충격을 남기고 떠난 사랑이었나 봅니다.

'세월에 변해버린/ 날 보며 실망할까 봐/ 오늘도 나는 설레는 맘으로/ 화장을 다시 고치곤 해' 부분입니다. 네. 화자가 화장을 고치를 이유를 말하고 있죠. 사실상 주제절입니다. 현실적으로 나이 든 것을 가려보려고 하는 것 같죠.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유추해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아직도 설렌답니다. 이게 가능한 걸까요? 하하하.

2절을 보시죠. '살다가 널 만나면/ 모질게 따지고 싶어/ 힘든 세상에 나 홀로 남겨두고/ 왜 연락 한번 없었느냐고' 부분입니다. 네. 화자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모질게 따지다'라는 표현이 좋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아무것도 난 해준 게 없어/ 받기만 했을 뿐/ 그래서 미안해/ 나 같은 여자를/ 왜 사랑했는지/ 왜 떠나야 했는지/ 어떻게든 우린 다시 사랑해야 해' 부분입니다.

이 노래 마지막 가사를 보면 '그땐 너무 어려서 몰랐던/ 사랑을 이제야 알겠어/ 보잘것없지만/ 널 위해 남겨둔 내 사랑을 받아줘'라는 부분이 나오는데요. 하이라이트 부분과 통합해서 보면, 사랑의 경험이 미천할 때 주는 사랑만 덥석덥석 받던 화자가 상대가 떠나고 자신도 나이에 비례해 철이 들다 보니 미안한 감정과 진짜 사랑이 그였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 같죠. 그래서 '원 모어 찬스'를 외치고 있네요.


음. 오늘은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 썰을 좀 풀어볼까요? 일명 인정욕구라고 하죠. 그런데 잘 보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하나는 비주얼적인 부분이고요. 나머지는 그 반대쪽이죠. 후자의 경우 잘 보이기 위해서 누군가에서 선물을 준비한다거나 대신 어떤 일을 대신 처리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이 노래에서는 전자 쪽입니다. 그런데 처음 소개팅을 나간다거나 파티장 같이 스페셜 한 장소에 가기 위해 꾸미는 것과는 결이 좀 다르죠. 헤어진 누군가를 혹시라도 마주칠까 봐 초라한 외모 혹은 나이 든 모습 등을 보여주지 않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곡 중에는 '설레는 마음으로'라고 나와 있습니다만 오히려 마음은 소녀인데 외모는 그때 같이 않은 부조화의 모습이 더 돋보인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 전자와 후자를 동시에 하면 효과가 배가 되죠. 말쑥히 차려입고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행동을 통해 선한 마음을 내비친다면 관계의 실패 확률은 상당히 낮아질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비주얼을 바라볼 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준수한 비주얼 자체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비주얼을 달성하기 위해 드린 그 사람의 정성과 노력을 들여다봐야 하는 거죠. 아무리 성형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원판불편의 법칙'은 유효하잖아요. 하하하.

또 한 가지는 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상대방도 똑같이 그런다는 거죠. 마치 선이나 소개팅을 보러 갈 때면 그 모습이 그 사람의 평균적인 값이라고 착각을 하는 거죠. 평소에도 그럴 것이다라고 뇌가 오작동하는 거죠. 그래서 커플이 된 후나 결혼 후에 자신이 속았다고 말을 합니다. 같이 속인 건데도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비주얼을 통해 그 반대쪽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쁘고 잘 생기면 다 용서가 된다'가 아니라 '어떻게 이뻐졌고 잘 생겨졌는지를 들어보면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가 되어야 하는 것이죠.

눈을 통해 들어온 데이터를 해석하는 우리 뇌는 착각을 하기 쉽습니다. 그것보다는 감각이 더 위대함을 가질 때가 있죠. 뭔지 모르겠는데 싸늘한 느낌이 든다던가 외모는 말쑥한데 느낌이 영 아니다던가 등등요. 화장이나 외모를 보기보다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더 정확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제가 첫 책 지구복 착용법에도 '진짜와 가짜'라는 챕터에서 철학에서 말하는 현상과 본질에 대해 다룬 바가 있는데요. 비주얼을 현상이고 그 뒤에 숨겨진 것은 본질이겠죠. 현상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본질을 보는 힘을 통해 화장을 고친 화자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 있음 더할 나위가 없겠네요.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은 제가 신문에서 봤던 글귀를 전하면서 마칠까 합니다. 책과 관련한 언급이었는데요. '도서관에서는 모든 청구기호에 따라 평등하게 꽂혀 있으므로, 마케팅의 개입 없이 온전히 끌리는 책을 발견하기 쉽다'라는 내용입니다. 이 말을 하신 분은 서점보다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많이 만났다며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저도 책을 낼 때 느꼈지만 책 내용(본질) 보다 마케팅(현상)이 압도하는 현실이 참 애석하게 다가와서 이 글귀에 무척 공감이 되더군요.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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