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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pr 07. 2024

주호의 <내가 아니라도>

작사/작곡 주호, B.O.K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주호'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WJGfkOX4 gsE? si=3 RdKtMTbo-6 w9 AIA

내가 아니라도

눈부시게 사랑받았을 너라서

그 소중한 시간을

나와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예쁘고 아름다웠던

너의 그날에

함께했던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


- 주호의 <내가 아니라도> 가사 중 -




사랑이었다

행복이었다

내 전부였다

그땐 몰랐다


다시는 없을 것 같다

다른 사람 생각해 본 적 없다

하지만 널 보내줘야 할 것 같다


내가 아니라도

내가 아니었더라도

눈부신 사랑받았을 너라서


그 소중한 시간

그 모든 순간이

고마웠다 행복했다

그 기억만 가져갈게




주호는 보이그룹 에이블(ABLE)의 멤버로 2010년 데뷔했습니다. 2016년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첫 싱글 <못해준 게 많아>를 시작으로 2018년 <니가 뭔데 날 울려>, 그리고 2022년 오늘 소개해 드릴 <내가 아니라도>를 발표했죠. <내가 아니라도>가 그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입니다.

OST를 많이 불렀죠. 2018년 <맨발의 디바>를 시작으로 2020년 <카이로스>, <복수해라>, <연애의 참견 시즌3>, 2021년 <연애의 참견 2021> 등이 있네요. 매년 꾸준히 하나 이상의 음원을 발매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잘 가요>와 <애인 있어요>를 리메이크했네요.

소속사가 '레이벡스'인데 여기에 실력파 가수들이 즐비하죠. V.O.S를 비롯해서 닐로, 탑현, 이라온 등등요. 작년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를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직접 작사 작곡도 했다고 하네요. 그의 음원에는 주로 윤길복(B/O.K)이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임재현 씨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한 곡 정도의 히트곡, 꾸준한 음악 활동, 리메이크, 유려한 고음처리, 아직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 등등요. 이제 여기에 세월이라는 키워드만 더 하면 좋은 가수로 알려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두 분 응원합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내가 아니라도'입니다. '내가 아니어서'라고 했으면 좀 진부한 전개였을텐데 다행히도 '내가 아니라도'라는 제목이어서 가사의 확장성이 생긴 것 같습니다. 왜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가사를 파헤쳐 보시죠.

'사랑이었다/ 별거 없던 내 하루에/ 빛이 돼 준 단 한 사람/ 나보다 나를 더 아껴 주던 너를/ 그땐 왜 몰랐을까'가 첫 가사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사랑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는 것만 기억하고 넘어가죠.

'행복이었다/ 다시는 없을 것 같던/ 잠시나마 행복했었다/ 다른 사람 곁에 있는 널/ 생각해 본 적 없지만/ 이젠 너를 보내줘야 할 것 같아' 부분입니다. 울고 불고 가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순순히 인정하고 상대를 보내주는 것 같죠. 약간은 무기력해 보이기도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2절을 보죠.'내 전부였다/ 무엇도 바꿀 수 없던/ 우리라서 행복했었다/ 다른 누구라도/ 나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서/ 이젠 나를 잊고 행복하게 살아'가 나오는데요. 여기서 저는 무엇도 바꿀 수 없던 이라는 가사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그 순간만큼은 부족한 것 없이 영원할 거라 믿는 사랑의 전형을 떠올려 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내가 아니라도/ 눈부시게 사랑받았을 너라서/ 그 소중한 시간을 나와 함께해 줘서/ 고마웠어/ 예쁘고 아름다웠던 너의 그날에/ 함께했던 그 모든 순간이/ 행복했어' 부분입니다. 내가 아니었어도 충분히 행복했을 상대가 자신과 함께 해 준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죠.

후렴구에서는 '어두웠던 내 하루에/ 빛이 되어주던 그날들을/ 어떻게 잊고 살아/ 과분했던 너라는 사람을 만나/ 누구보다 사랑했었다' 부분입니다. 상대와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을 잊지 못할 거라 말하고 있네요. '과분'이라는 가사를 통해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화자의 태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네요.

이어서 '내가 아니었다면 눈부시게 사랑받았을 너란 걸/ 이 세상에 누구보다 더 잘 알아서/ 미안했어 너와 함께한 날들이 더 말할 게 있을까/ 행복한 기억만 가져갈게' 부분이 나오는데요. '과분'한 사람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랑을 못 줘서 미안하다며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한다고 말하고 있죠. 이 정도면 사랑을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음. 오늘은 자꾸 마음에 걸리는 제목인 '내가 아니라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제대로 딴지 한 번 걸어 보려고요. 화자는 상대가 '과분'하다고 말합니다. 본인이 그만큼 부족하다는 의미겠죠. 화자가 아니라도 충분히 눈부신 사랑을 받았을 사람이 본인과 잠시라도 사랑을 나누었으니 고맙고 행복했다고 말하죠.

우리는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을 보면서 '미개하다''불행하다'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들의 행복지수는 우리보다 훨씬 나을지도 모르지만 우린 우리의 기준에 의해서 행복을 정의하고 그것으로 판단하는 우를 범하곤 합니다. 더 많은 부를 행복이라고 말하는 우리들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거죠.

그 기준을 적용하지면 상대는 화자와 사랑에 빠지지도 말았어야 하고 사랑에 빠졌더라도 그 시간이 아주 지옥 같은 시간이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은 외모, 학벌, 집안 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는 의미인데요. 왜 화자는 혼자서 그리 생각하고 '과분함'을 말하는 걸까요?

위에서 제목에 확장성이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꼭 나여야만 된다거나 나였으면 하는 바람보다는 내가 아니어도가 상당히 성숙한 사랑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운명이니 전생이니 이런 것들 때문에 서로가 만난 것이 아니라 그냥 우연으로 부딪힘이 일어난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라서죠.

그런데 화자는 그걸 상대에게만 적용하는 우를 범합니다. 화자 자신도 동등한 입장에서 '네가 아니어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거든요. 서로가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우연처럼 서로가 이어진 상황인데, 꼭 상대만이 화자를 안 만났어도 눈부시게 사랑받을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자존감이 낮은 발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헤어짐이라는 결말로 이야기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요?

오히려 내가 아니라도 충분히 사랑받을 사람이니까 내가 아닌 누군가를 만났을 때보다 충분히 사랑해 주겠다는 자신감을 가져봤으면 어땠을까요? 상대가 오히려 그런 화자의 모습을 더 믿고 의지하지 않았을까요? 내가 아니어도 충분히 잘 살 사람에게 내 욕심으로 잠깐 한눈 팔게 했다는 전개는 좀 구리잖아요. 하하하.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방이나 우리 자신은 지금 곁에 있는 상대뿐만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누군가에게 과분하고 과분하지 않고 그런 위계 구도란 건 머릿속에서 만든 허상에 불과한 것이죠. 사랑을 받을 만큼 사랑을 줄 용기와 자신이 없어서 하는 말일 겁니다.

사랑뿐만 아니라 우리 인생사에서도 대부분은 내가 아니어도 되는 일들로 이루어져 있죠. 그 속에서 나의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려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세상이지만 내가 어찌어찌하면 조금은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생각이 반드시 필요하죠.

그것마저 없다면 우린 무슨 힘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있을까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봅시다. 내가 아니어도 괜찮지만 내가 있는 이상 더 나은 삶과 사랑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겠냐고 우겨봅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벚꽃이 만발했지요.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더 좋아서 벚꽃 주변에 상춘객들이 북적일 겁니다. 내가 그곳에서 가서 벚꽃을 보지 않더라도 벚꽃은 피고 질 겁니다. 올해 못 봤다면 내년에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인파 속을 뚫고 찍은 올해 벚꽃 사진 한 장은 '내가 아니어도'라는 말을 정면으로 위배합니다. 그 행위 속에 우리가 사는 이유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우리는 벚꽃이 올 때마다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나의 지금'과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 그곳을 방문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NO.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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