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사춘기의 <썸 탈거야>
작사 안지영 / 작곡 안지영, 바닐라맨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볼빨간사춘기'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표현이 서툰 것도 잘못인가요?
…
그냥 좋아한단 말도 안 되는가요?
…
우리 그냥 한번 만나볼래요?
나 오늘부터 너랑 썸을 한번 타볼 거야
…
나는 오늘도 네게 차일 것만 같아도
난 한번 더 너에게 다시 달려가 볼 거야
...
나는 풀이 죽어서 오늘도 포기하고
뒤를 돌아볼 때쯤 나를 붙잡는 넌
넘넘 스윗한 넌 정말 달콤한 걸
넘넘 스윗한 넌
- 볼빨간사춘기의 <썸 탈거야> 가사 중에서 -
마음은 따뜻한데
표현이 잘 안 돼요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고 싶지만
자꾸 망설여져요
그 사람을 피할까 말까
네 맘을 말해 버릴까 말까
온통 그런 생각뿐이에요
그냥 우리 한 번 썸탈래요?
매일 전화도 하고
내가 좋아하지 않은 음식이라도
같이 먹으러 다닐 생각이에요.
사랑이 별 건가요
내 맘 반쪽을 누군가에게 걸어보고
차일 것 같아도 용기 내서
고백하면 되는 거잖나요
다른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게
좋아요를 보내는 것처럼
나에게도 말을 걸 수 있는 기회를 줘요
오늘은 안 되겠네 하고
내일을 기약하려 할 때쯤
드디어 나를 붙잡아 주네요
넘넘 넌 정말 달콤한 놈.
볼빨간사춘기는 목소리가 매력적입니다. 이 노래 말고도 좋은 노래가 많지요. 그 곡들 중에 사랑 콘셉트에 맞는 노래를 고르다 보니 이 노래를 선택하게 되었네요.
썸에 대해 찾아봤습니다. 사귀는 단계와 사귀지 않는 단계 사이 중간 어디쯤이라고 하네요. 하하. 예전에는 없던 말이죠. 만약 예전에 썸 단계를 주변에 장황하게 설명했다면 '그래서 결론이 사귄다는 거야 안 사귄다는 거야'라고 핀잔을 들었을 법합니다. 그냥 서로가 서로에 대해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단계 정도로 정의하면 될 듯요. 다만 혼자만 좋아하는 짝사랑과는 구분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사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노래의 화자는 여자입니다. 본인을 '차가운 도시에 따뜻한 여자'라고 말하네요. 도시는 차갑고 여자는 따뜻하다는 표현은 대조법을 쓴 듯합니다. 도시에 살아서 표현이 서툴다기보다는 연애 경험이 그다지 많이 않아서인 듯 보입니다. 도시라는 공간이 삭막하다 보니 마음을 꺼내 보일 일이 그다지 많지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은 많은데 연애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오묘함을 표현한 것이죠.
마음만큼은 상당히 용기가 있는 여성입니다. 물론 상대방에게 이 노래가 닿기를 원하겠지만 혼자 하는 독백에 가깝죠. 그냥 썸 한 번 타보면 어떨까? 내가 매일 너에게 받든 안 받든 전화 할게. 캬~~~ 이런 배포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눈여겨본 가사는 음식을 언급한 부분입니다. '밀가루 못 먹는 나를 달래서라도' '매운 것 못 먹는 나를 달래서라도' 너랑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닐 거야' 이 부분이요. 여러분들은 이 노래 가사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밥을 먹으러 갈 때 뭐 먹을래라고 물어본 기억 나시죠. 그때 상대방이 본인이 별로 안 좋아하는 메뉴를 말하지만 대답은 '그래 그거 맛있겠다. 빨리 가자'라고 말해 보신 적 없나요? 네 사랑하면 본인이 평상시에는 하지 않은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됩니다. 식성도 바뀌는 거죠.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할 때 그 좋아함을 표현하는 가장 전형적인 방법이 무언가를 함께 먹는 행위입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것이 가족이고 연인이고 그렇잖아요. 그리고 타지 나가서 고생할 때 엄마가 끓어주는 김치찌개 이런 게 엄청 생각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음식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노래 작사가가 이런 메커니즘을 십분 이해하고 가사를 썼다는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희생할 각오를 전제로 한다는 점입니다. 내가 싫지만 상대방이 좋아한다면 기꺼이 그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내 것을 하나도 희생하지 않고 바꾸려 하지 않으면 사랑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못 먹는 음식을 먹기 위해 본인을 달랜다는 표현이 참 귀엽게 느껴집니다.
가사 중에 '어쩌면 내 맘의 반쪽을 네게 걸어보는 건데 나는 오늘도 네게 차일 것만 같아도 난 한번 더 너에게 다시 달려가 볼 거야'라는 대목이 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언제까지 썸만 탈 수 없으니 부서지더라도 반쪽의 마음을 다른 반쪽에 붙이려고 도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물론 결과는 해피엔딩입니다. 포기하고 돌아서려는데 상대가 그 여자의 손을 잡아주는 것으로 끝을 맺거든요. '너무너무 스위트한 넌 정말 달콤한 걸'로 마무리하네요. 하하
여러분들은 지금 썸을 타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자신이 아주 싫어하는 음식이 상대방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고 그 음식을 자주 먹으러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도 그 사람과 이어지고 싶은 마음이라면 고백하십시오. 진짜 좋아하시는 겁니다. 그런 마음을 내고 용기를 발휘하는 것, 그것이 썸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PS. 내일은 어떤 노래와 썸을 타야 할지 고민이긴 합니다만.....(NO.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