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강은경 조영수 / 작곡 조영수
https://youtu.be/swZ4 fqTAPPM? si=C_UQmKqpMwjJZMb1
사랑해
너밖엔 없더라
그런 사람
세상엔 없더라
영원히 내 사랑 너야
다시 태어나도 너야
이젠 내가 더 널 사랑해
- 김그림의 <너밖에 없더라> 가사 중 -
김그림은 여자 솔로로 2011년 데뷔했습니다. 슈퍼스타K 시즌2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Top11까지 진입했으나 이후 탈락했죠. 2011년 디지털 싱글 <FLY HIGH>를 발표했는데 오늘 소개드릴 노래가 바로 여기에 실린 그녀의 데뷔곡입니다. 첫 디지털 싱글에는 박혜경 씨와 부른 'Okay'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김그림은 슈스케가 끝나고 프로듀서 겸 작곡가인 조영수 사단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노래 역시 조영수 씨가 주축이 되고 강은경 작사가가 참여했죠. 2023년 케이시 씨가 리메이크를 하기도 했습니다.
슈스케 출신 이보람 씨와 솔로 숙희 씨와 함께 '우먼파워'라는 그룹을 결성해 '미워 미워'를 발표했고요. 월간 윤종신의 2011월 9월호에 참여해 '니 생각'이라는 노래에 객원보컬로 참여하기 했습니다. 10곡 정도의 드라마 OST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싱글 앨범 위주로 노래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2021년 'you make me feel'을 선보인 이후에는 뜸한 상황입니다. 아마도 2010년 사업가인 남편과 결혼한 것이 원인이지 않나 추측해 봅니다. 현재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가끔 인스타를 통해 근황을 전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가수로서의 활동도 계속하셨음 싶네요. 목소리가 호소력 있어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너밖에 없더라'입니다. 뭔가 상대의 진가를 뒤늦게 알아버린 느낌을 주는 제목이죠. 늘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상대의 존재감 같은 것을 헤어진 후에 제대로 느끼게 되는 상황 말이죠.
'내게 잘해줘도 고마운 줄 몰랐어/ 받을 줄만 알던 철부지였어/ 그땐 그게 정말 행복인 줄 몰랐어/ 이렇게 그리운 추억이 될 줄/ 멀리 떠난 후에야 눈물이 날 가르쳐/ 니 곁이 바로 천국이었다는 걸'이 첫 가사입니다. 딱히 해석이 붙을 만한 구석이 보이질 않네요. 그냥 있을 때 잘할 걸의 의미라고 보면 되겠죠.
2절을 살펴볼까요.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못했어/ 너를 무던히도 힘들게 했어/ 왠지 다른 곳에 있을 것만 같았어/ 나를 눈부시게 비춰줄 사람/ 너를 잃은 후에야 눈물이 날 가르쳐/ 나에겐 니가 햇살이었다는 걸' 부분입니다. 1절과 비슷한 가사죠. 운율도 거의 동일하게 맞췄고요. 화자에게 상대는 천국이고 햇살 같은 존재였네요. 하지만 그 고마움을 미처 알지 못하고 제멋대로 행동해서 상대를 꽤 힘들게 했었던 모양입니다. 헤어진 후 흘리는 눈물에 담긴 의미는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싶네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사랑해/ 너밖엔 없더라/ 그런 사람 세상엔 없더라/ 영원히 내 사랑 너야/ 다시 태어나도 너야/ 이젠 내가 더 널 사랑해' 부분입니다. 너밖에 없더라는 한 마디로 대체불가를 뜻하죠. 자신을 잘 알아서 편안함을 주는 상대가 되려면 일정한 시간과 그 속에 희로애락을 담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그냥 외모만 훤칠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야 많겠지만 그게 '너'가 될 수 없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이 노래의 말미에 '늘 받기만 한 너의 그 사랑/ 이젠 내가 갚을 차롄 걸'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요. 이미 상대가 떠나간 후에 손을 흔드는 상황이로 보이죠? 이번 사랑을 이어지지 않았지만 다음 사랑을 할 때는 이런 마음을 먹은 게 꽤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음. 오늘은 가사에 나오는 '철부지'에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철부지는 '사리분별을 하지 못하고 어린아이처럼 형편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합니다. 철부지는 원래 '절부지'가 어원입니다. 계절을 뜻하는 '마디 절(節)'를 씁니다. '부지(不知)'는 알지 못한다는 뜻이고요. 합쳐서 보면 '계절(사시사철)을 알지 못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확대해석하면 정확한 때를 알지 못하는 상황이나 사람을 가리킵니다.
관련해서 철이 없다. 철이 들다처럼 쓸 때에도 철의 쓰임이 절과 같은 경우입니다. 그래야 하는 시점과 관련이 있는 것이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헤어진 후에야 상대의 소중함을 넘어서 대체불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시점과 관련된 오류에 빠지죠. 그래서 본인을 '받을 줄만 아는 철부지'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와 그렇게 행동했어야 하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죠. 그 결과는 뒤늦은 눈물뿐이고요.
우리는 살면서 '시점'을 꽤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인생을 돌이켜 보면 어느 한 시점을 꼭 집어서 뭔가를 되돌려 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도 하죠. 뭐 다 아시다시피 공자는 이립이니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이런 말을 하며 나이에 따라 사람의 생각과 품행이 어찌해야 하는지를 설파한 바 있습니다.
제가 철부지라는 단어에 관련해서 주목하는 부분은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것이냐' 아니면 '몰라서 못한 것이냐'는 것입니다. 한자는 '몰라서 못한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데요. 그보다는 전자의 측면이 더 커 보이거든요. 일명 그래도 되는 줄 알고 할 수 있는데도 안 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결국 시점을 놓친 것이고요.
저는 인생의 시점과 관련해서 일회성 혹은 희소성이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여러 가지 일들 중 지금 아니면 안 되는 한 가지 혹은 여기에만 있는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삶이라야 한다는 생각이죠. 바쁜 삶에서도 애들이 클 때 곁에서 함께 해주는 것, 대체불가능한 사람에게 관심과 애정을 놓지 않는 것 뭐 이런 일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우린 가끔 이런 부분이 지금이 아니어도 그때가 아니어도 미래에 무궁무진하게 다시 찾아올 거라 착각하기 쉽습니다.
인류는 농경에서 출발했으니까 무언가를 심고 거두는 작업이 이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은 과학의 등장으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뭐든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보다 철의 힘을 덜 느끼며 살다 보니 자연의 섭리에 대한 이해나 수용까지 동시에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철을 자연에서 나온 단어니 만큼 자연을 들여다보면 거기에 답이 있을 거란 생각인데요.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과 24 절기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일까요?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한 문장이죠.
물론 그때가 사람마다 다르고 지역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달라서 문제 이긴 한데요. 그래도 봄 다음에 여름이 오듯 여름이 지나는 누군가는 가을을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 노래에서도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 헤어짐이 온다는 사실을 자연으로부터 배웠다면 이토록 허망하게 철부지 행동을 하진 않았을 것 같군요. 각자의 때를 놓치지 않는 여러분이 되길 희망하면서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어제 소규모 클래식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피아노 반주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들로 이루어진 공연이었고요. 2명씩 4개 팀으로 나눠서 각 팀의 곡을 소개하고 일부 들려준 후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1위를 한 팀이 연주를 맡는 이색적인 방식이었답니다. 거기 오신 대부분의 분들의 의견이 비슷하게 나온 바람에 제가 듣고 싶은 곡을 들을 수 있었네요. 하하하. 더운 여름 날씨를 잊고 한 시간 동안 푹 빠져 있던 제 자신을 생각하니 그 순간만큼은 철이 없는 게 아니라 철을 잃었거나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주변의 소규모 공연을 잘 활용해 보심 어떨까 싶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