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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

작사/작곡 김수철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수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3F-6 uslC5 M? si=YsOG_EEjnx9 TA-cw

밤새 새소리에 지쳐버린


한 잎마저 떨어지려나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 김수철의 <못다 핀 꽃 한 송이> 가사 중 -




김수철은 1977년 데뷔했습니다. 대학 시절 '퀘스천'이라는 밴드 멤버로 데뷔했습니다. 이듬해 그의 호나 다름없는 '작은 거인'이라는 밴드의 프로트맨(밴드나 그룹에서 공연을 이끌어가며 그룹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사람)을 맡았죠. 1979년 전국 대학축제 경영대회에 참가하여 '일곱 색깔의 무지개'로 금상을 수상합니다.

1983년 그룹이 해체되었고 집안에서 음악 하는 것에 반대가 심해 고별 앨범 형식으로 솔로 1집을 냈습니다.

그게 대박을 쳤죠. 이듬해 가수왕까지 차지하게 되니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이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80년대는 조용필 씨의 시대였습니다. 거기에 잠깐 태클을 건 사람이 바로 '잊혀진 계절'로 유명한 가수 이용 씨와 김수철 씨죠. 대표곡으로는 '젊은 그대', '나도야 간다', '정신 차려' 등과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곡 '치키치키차카차카'도 있습니다. 직접 만들고 불렀죠.

김수철 씨가 범상치 않다고 느낀 건 90년대 들어서 국악의 현대화와 퓨전 음악을 시도했던 점이죠. 정식으로 국악을 공부해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까요. '기타 산조'라는 곡이 새로운 산조 장르를 개척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대전 엑스포, 1997년 무주, 전주 동계 유니버시아드, 1988년 김대중 대통력 취임식,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연주되었습니다. 1986년 나온 노래가 거의 40년 가까이 국내외 공연에서 연주되고 있을 정도죠. 그 유명한 판소리 영화 '서편제'의 영화 음악을 맡은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의 음악은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타를 메고 스카이퐁퐁을 탄 것처럼 폴짝폴짝 뛰는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합니다. 그의 음악 인생을 들여다보면 음악 천재라는 말을 넘어 예술가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위인이 또 언제 나타날까요?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이 '못다 핀 꽃 한 송이'입니다. 제목에서 두 가지 점에 주목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완성을 이루지 못한 '못다 핀' 부분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한 송이'죠. 뭔가 결핍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목인 듯합니다. 자 그럼 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는지 가사를 톱아볼까요.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한 잎 두고 가신 님아/ 가지 위에 눈물 적셔 놓고/ 이는 바람소리 남겨놓고'가 첫 가사입니다. 떠난 님을 기다립니다. 화자 본인을 '못다 핀 꽃 한 송이'로 비유하여 가지에는 눈물이, 주변에는 바람소리가 남겨져 있다고 표현했네요.

'앙상한 가지 위에/ 그 잎새는 한 잎/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외로움만 더해가네' 부분입니다. 을씨년스럽고 적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계절로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한가운데를 떠올리게 합니다. 가지에 수북했던 잎사귀가 다 떨어지고 마지막 남은 한 잎.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구름에 가려 달빛이 보이지 않는 어두 껌껌한 상황이죠. '못다 핀 꽃 한 송이'인 화자가 느끼는 감정은 외로움입니다.

2절을 볼까요. '언제 가셨는데 안 오시나/ 가시다가 잊으셨나/ 고운 꽃잎 비로 적셔놓고/ 긴긴 찬바람에 어이하리' 부분입니다. 1절에 이어 떠난 임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못다 핀 꽃 한 송이'인 화자 자신이죠.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고 찬 바람까지 부는 상황니다.

'앙상한 가지 위에/ 흐느끼는 잎새/ 꽃 한 송이 피우려고/ 안타까워 떨고 있나' 부분입니다. 마지막 한 장 남은 잎새가 떨어질 듯 말 듯 위태로운 모습이죠. 화자에겐 꽃 한 송이로 탈바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처럼 안타깝게만 보입니다. 그리 될 가능성보다는 안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점이니까요.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밤새 새소리에 지쳐버린/ 한 잎마저 떨어지려나/ 먼 곳에 계셨어도 피우리라/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부분입니다. 밤새 새소리는 기다리는 동안 겪는 모진 세월과 아픔을 은유한 것 같고요. 떠난 님을 만나는 그날까지 위태롭지만 잘 버텨보겠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죠?

2절 하이라이트 부분은 음은 같은데 가사가 약간 다릅니다. '함께 울어주던 새도 지쳐/ 어디론가 떠나간 뒤/ 님 떠난 그 자리에 두고두고/ 못다 핀 꽃 한 송이 피우리라' 부분입니다. 여기서 새는 님을 기다리는 동안 그나마 위안으로 삼던 그 무언가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것마저 날아가버렸으니 이제 화자는 기댈 곳이 한 곳도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다짐하고 있죠. 해석하고 나니까 잘 쓰인 가사라는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음. 오늘은 제목의 앞부분 '못다 핀'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일명 미완성이라고 보면 되겠죠. 뭔가가 결승점에 이르지 못한 온전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죠. 흔히들 청춘들이 사고사를 당했을 때 '꽃도 제대로 피워보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는데요. 그만큼 그 이후의 삶, 수명을 충분히 누리지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죠.

그런데 말이죠. 시점을 달리해 보면요. 평균 수명을 전후로 산다고 해서 과연 다 핀 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중근 의사처럼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못다 핀'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 같은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룬 삶이라야 진정으로 만개한 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안중근 의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소명을 다하며 개인 차원에서는 만개한 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으셨으나 이 역시 그의 소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위인이나 의인은 그렇고요. 저희 같은 일반인의 경우는 어떨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찾는 것, 그리고 그 소명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은 삶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설사 그 결과가 '못다 핀' 수준이더라도 말이죠. 의인조차도 자신이 한 행위의 최종 결과를 당시에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림 동화 이야기를 하나 곁들여 보죠. 제목은 생각이 안 나고 동물 중 하나가 다른 동물들에게 가서 가장 멋있는 부분을 묻고 그걸 하나씩 자신의 몸에 붙였다고 나중에 몬스터처럼 되는 동화 아시나요? 네. 완성이라는 단어는 어찌 보면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이야기도 있죠. 꿀벌이 모든 꿀벌이 어디로 날아가니까 어느 꿀벌에게 묻죠. '다들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라고요.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죠. 그들이 향한 목적지에는 사실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고요. 꿀벌들이 찾던 그 목적지가 완성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이 두 이야기를 들이는 이유는 우리 인생에서 '완성', '완결' 뭐 이런 단어는 버리는 게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뭘 완성했는데 앞으로 50년 더 살아야 되면 다른 거 완성해야 하니까 완성이 완성이 아닌 셈이죠. 다시 말해 우리 삶 자체가 불완성의 굴레 속에 갇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완성은 뭔가 부족해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곤 하는데요. 저는 채워갈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도 읽고 싶습니다. 그래야 뭔가를 계속해 나갈 의지가 생길 테니까요. 브런치의 완성이 있을까요? 제가 도전 1,000곡 한다고 <가사실종사건> 브런치가 완성, 완결될까요? 그 외에도 수많은 노래가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은 노래가 나올 걸 생각하면 완성, 완결의 개념을 붙이기엔 너무도 부족한 수준이죠.

이 노래에서는 사랑을 잃어버린 화자가 끝까지 그 사랑을 기약하겠다는 의미로 '못 다 핀 꽃 한 송이'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는데요. 인생의 정점이 아니라 인생의 정점을 향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일입니다. 내려올 일만 남은 인생의 정점에 서기 위해 왜 그리들 발버둥 치며 사는 걸까요? 저는 죽을 때까지 '못다 핀' 삶을 지향하며 살도록 하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개인적으로 힘든 하루네요. 몸보다 마음이요. 하하하. 주변에서 너무 새찬 바람이 불어서 그만 마지막 남은 잎새 하나가 떨어질 뻔했다고 해야 할까요? 나름 회복탄력성이 좋은 저라서 이 브런치를 완성하는 사이 마음이 누그러지긴 했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 고초를 당하고도 오늘도 꿋꿋이 브런치를 이어가는 저의 모습. 하하하. 오늘은 저 자신을 좀 이런 식으로라도 위로할 셈이니 거북해도 참아주세요. 그나저나 이 놈의 더위는 물러날 생각을 안 하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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