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김이나 작곡 이민수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슬옹&아이유'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bzdsqPOJK_I? si=TpYb1 vKXnbdCV0 mb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니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그만하자 그만하자
너의 잔소리만 들려
- 아이유&슬옹의 <잔소리> 가사 중 -
오늘 소개할 노래는 2010년 발매된 아이유의 세 번째 디지털 싱글에 실린 곡입니다. 너무도 유명한 곡이죠. 아이유는 데뷔 이후 이 곡으로 처음으로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합니다. 이 노래는 브라운아이이즈의 '아브라카다브라'를 작곡한 이민수 씨와 김이나 씨가 작곡을 맡았습니다.
2AM의 슬옹과 아이유가 입을 맞춘 곡인데요. <우리 사랑하게 됐어요>의 시즌2에서 조권과 가인이 이 노래를 부르게 될 뻔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해당 프로그램의 러브 테마곡으로 사용됐습니다. 각종 예능과 노래방 등에서 커플곡으로 많이 불리는 곡입니다.
두 사람 다 데뷔 시점이 비슷합니다. 그만큼 풋풋했던 시절을 보내고 있을 시점에 발표된 노래인데요. 나이고 같아서 둘이 커플이라고 착각할 정도네요. 그래서일까요. 둘의 음색이 잘 어우러져 실제 커플이 나누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아이유는 이 노래의 성공으로 같은 해 성시경 씨와 듀엣곡 <그대네요>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아는 <좋은 날>로 대세 아이돌로 자리 잡게 되죠. 슬옹은 2008년 2AM으로 데뷔했습니다. 서브보컬을 담당하고 있고요. 그룹 활동을 하면서 많은 여자 가수들과 혼성 콜라보도 했습니다. 윤종신의 월간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 등에도 참여했고요. 최근 8년 만에 솔로 미니앨범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잔소리'입니다. 익숙하시죠? 여러분들은 주로 누구로부터 어떤 잔소리를 많이 들으시나요? 잔소리를 할 수 있는 사이라면 응당 매우 가까운 사람이겠죠? 이 노래에서는 연인 사이가 그려집니다. 어떤 잔소리가 주를 이룰지 같이 살펴보시죠.
'늦게 다니지 좀 마/ 술은 멀리 좀 해봐/ 열 살짜리 애처럼 말을 안 듣니/ 정말 웃음만 나와/ 누가 누굴 보고 아이라 하는지/ 정말 웃음만 나와/ 싫은 얘기 하게 되는 내 맘을 몰라/ 좋은 얘기만 나누고 싶은 내 맘을 몰라/ 그만할까 그만하자' 부분입니다. 늦게 다니기, 술 적게 마시기가 잔소리로 꼽혔습니다. 동의하시나요? 남자는 여자의 이러한 잔소리가 너무도 싫은 모양입니다. 애 취급 당하는 것 같아서죠.
2절을 보시죠. '밥은 제 때 먹는지 여잔 멀리 하는지/ 온종일을 네 옆에 있고 싶은데/ 내가 그 맘인 거야/ 주머니 속에 널 넣고 다니면/ 정말 행복할 텐데/ 둘이 아니면 안 되는 우리 이야기/ 누가 듣는다면 놀려대고 웃을 이야기/ 그만할까 그만하자' 부분입니다. 이번에 밥 제때 먹기, 다른 여자 멀리하기를 잔소리로 꼽네요. 같이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둘 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입니다.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머리 아닌 가슴으로 하는 이야기/ 니가 싫다 해도 안 할 수가 없는 이야기/ 그만하자 그만하자/ /너의 잔소리가 들려' 부분입니다. 누군가를 상대를 생각해서 꾸준하게 잔소리를 하고 누군가를 그 잔소리를 들으면서 괴로워합니다. 잔소리에 응할 마음이 없는 걸까요?
'눈에 힘을 주고 겁을 줘봐도/ 내겐 그저 귀여운 얼굴/ 이럴래 자꾸(너) 더는 못 참고(나)/ 정말 화낼지 몰라' 부분입니다. 잔소리를 하며 제대로 안 하면 큰코다친다 엄포를 놓아도 그 얼굴이 너무 귀엽게만 보입니다. 듣기는 싫지만 그 잔소리에 담긴 상대의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겠죠.
'사랑하다 말 거라면 안 할 이야기/ 누구보다 너를 생각하는 마음의 소리/ 화가 나도 소리쳐도/ 너의 잔소리마저 난 달콤한데/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는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이런 내 맘을 믿어줘' 부분입니다. 네 잔소리는 끊을 수 없는 관계에서 나타납니다. 오늘 보고 말 사람이면 잔소리가 필요하지 않죠. 그만큼 사랑하기에 잔소리도 하는 것은 아닐까요.
음. 오늘은 제목 '잔소리'에 대한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잔소리를 하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듣는 편이신가요? 그 잔소리의 내용은 주로 무엇인가요? 잔소리는 '쓸데없는 말 혹은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 명절에 고향을 내려가면 어르신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학생이면 공부를 잘하냐 사회인이면 장가와 시집은 언제 갈 거냐라는 것이었죠. 그 말을 듣는 것이 싫고 부담스러워서 고향 찾는 걸 포기하셨던 분들도 있으시리라 추측되네요. 지금은 많이 변했겠죠.
잔소리에 대해 검색을 하다 보니 잔소리를 하는 사람에 대한 7가지 이유가 나오네요. 자신이 우월하다는 나르시시즘, 상대가 못 알아들을까 봐 하는 불안, 좀 전에 유사한 이야기를 했던 사실을 잊어서, 사랑과 관심의 표현, 화나 분노의 표현, 정리가 안 된 불명확한 사고로 인해, 잔소리를 많이 하는 사람과의 동일시 이렇게요.
대충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이 중에서 사랑과 관심이 표현이라고 다 뭉뚱그려 버리죠. '다 널 위해서 하는 소리야'라고 말하면서요. 암튼 잔소리도 병증의 일환이 아닐까 싶네요.
잔소리를 많이 듣고 자란 사람들은 나는 뒷전, 남을 챙기기에 바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을 보인답니다. 또 자존감보다 평가에 민감해지기도 하고요. 자기 생각을 억누르면서 자기 결정권도 약해진다고 하네요. 대체적으로 삶의 주도성을 방해하는 것이 잔소리가 아닐까 싶네요.
대체로 사람들은 자신이 잔소리를 들을 만한 지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학생이 공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미혼자가 결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니까요. 그런데 잔소리는 그걸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줍니다. 모르고 있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사실을 또 한 번 상기시키는 것이죠. 게다가 상기시키는 내용이 상대가 평소에 감추고 싶어 하는 내용이어서 더욱 듣는 이를 거북하게 하죠.
그 많은 사람들이 잔소리를 하고 잔소리를 듣는데 잔소리 때문에 잘 되었다는 사람을 거의 못 본 것도 신기합니다. 잔소리가 생각보다 효과가 없는 것이겠죠. 잔소리가 무서워서 그 사람 앞에서는 어떤 말이나 행동을 피하면서 잔소리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위장전술을 펼치는 사례도 참 많습니다.
잔소리의 '잔'은 작다는 느낌이죠. 핵펀치가 아니라 잔펀치를 지속적으로 날립니다. 언젠가 상대가 잔펀치에 내상을 입고 쓰러질 때는 기다립니다. 그게 언제일까요? 네. 잔소리로 다른 사람을 자신의 뜻대로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그 말을 하지 않으면 속이 뒤집힐 것 같은 자신의 감정 표출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잔소리가 길어지는 경향이 심해지면 주변 사람 다 떠나고 꼰대로 전락하기 쉽습니다.
잔소리가 효과를 보는 사례가 있긴 합니다. 바로 잔소리를 듣는 사람의 태도에 있죠. 같은 말을 해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는 다르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한두 번 잔소리를 들으면 바로 고치기 때문에 잔소리가 지속되진 않습니다. 그걸 잔소리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네요.
다른 하나는 효과 없던 잔소리가 현실이 된 상황과 마주하는 경우입니다. 집 나갈 때 차 조심해라라고 늘 말하는 부모님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들었었는데, 어느 날 누군가가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죠. 그다음 날부터 부모님의 잔소리에 대한 느낌이 정말 달라지죠.
우리 인간은 한두 번의 말로는 무언가를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잔소리가 잘 안 먹히죠. 그렇다고 잔소리의 효용성이 없는 것이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잔소리는 대부분은 그들의 경험이나 노하우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거든요.
이 노래에서는 사랑하는 연인 간에 잔소리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니까 오래 만나고 싶으니까 고쳐 쓰고 싶은 것이죠. 그래서 잔소리를 시전 합니다. 사랑하기에도 바쁠 시간에 이런 잔소리 스트레스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반응까지 보입니다. 사랑하면 상대의 잔소리를 줄여주어야 하는데, 현실 버전이라면 이런 일들이 참 비일비재하죠. 내가 싫은 게 문제일까요? 바뀌지 못하는 상대가 문제일까요?
소리에는 뜻과 의미도 실리지만 감정도 함께 실립니다. 그 내용이 어떤 것이냐 보다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참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누군가는 이걸 말의 형식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던데요. 같은 말이라도 애교를 섰거나 타이밍을 잘 캐취 해서 하면 효과가 좋겠죠? 잔소리 자체보다도 그 잔소리에 담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일을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오늘 외국인 홈커핑데이를 하느냐 <브런치>가 늦었네요. 미국 유수의 대학을 다니는 분이었는데 한국말을 너무도 잘해서 깜짝 놀라였습니다. 기억 속에 있는 영어 단어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었거든요. 한국의 가수와 노래에 너무도 익숙한 탓에 대화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K컬처의 위대함을 몸소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분의 남은 한국에서의 시간이 행복하길 기원하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