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이윤정, 최수정 / 작곡 최수정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쎄쎄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XMJHLV5x9-k? si=gqNlQImDXz1-tfwB
떠날 거야 너의 곁에서
난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는 걸 알아
변할 거야 나도 너처럼
그 시선을 이제는 느낄 수 없어
예전처럼
- 쎄쎄쎄의 <떠날 거야> 가사 중 -
쎄쎄쎄는 1995년 데뷔한 3인조 걸그룹입니다. 팀명은 실제로 연습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들이 '쎄쎄쎄'하며 즐겁게 노래하고 손뼉 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파생된 2차적 의미는 '다 같이 놀자', '모이자'입니다.
멤버는 이윤정, 장유정, 임은숙입니다. 가수 김수희가 대표로 있던 희레코드 소속이었습니다. 이윤정은 여고 재학시절 밴드 리드 보컬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장유정은 고음 파트가 매력적이고 임은숙은 데뷔 전 가수 현진영의 백업 댄스로 활동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는 1996년 발매한 2집에 실린 타이틀 곡입니다. 그녀들의 노래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이죠. 1집에서 그녀들이 모여준 모습은 걸크러쉬의 원조격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임은숙에 따르면 2집의 성공으로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소속사에서 솔로 음반 제의가 왔으나 의리를 지켰다고 하네요.
하지만 2집 이후 소속사와의 불화로 멤버 이윤정이 탈퇴했고 장유정과 임은숙은 새 멤버를 영입해 97년 3집 발매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여의치가 않자 안타깝게도 해체 수순을 밟았습니다. 2018년 <슈가맨 2>에 나와 오랜만에 근황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임은숙 씨가 유방암으로 투병하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쎄쎄쎄의 노래를 <가사실종사건> 아카이브에 담아 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떠날 거야'입니다. 뭔가 떠나려는 사람의 의지가 같은 게 느껴지죠. 이별을 하는 당사자는 그 아픔과 슬픔을 벗어나기 위해 평소보다 더욱 독하고 강한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이라는 놈이 나타나 발목을 잡곤 하니까요.
'널 만났던 시간들을 끝내기 위해/ 웃으며 안녕하며 보내야겠지/ 더 이상 니 마음속에 내가 들어갈/ 빈자리가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게 됐어' 부분입니다. 화자가 이별을 확신하는 순간 혹은 지점이 언급되는데요. 더 이상 상대가 자신을 위한 마음을 내지 않는 걸 알게 되었을 때죠.
'이젠 내가 편안히 웃을 수 있게/ 너에 대한 기억들을 지워 버릴게/ 널 위해 모두 하얗게 내 마음속에/ 더 이상의 그리움이 없을 때까지' 부분입니다. 배신의 감정이 느껴집니다. 이렇게 된 마당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고 상대의 흔적 지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입니다.
2절을 볼까요? '함께 듣던 그 음악을 혼자 들을 때/ 이젠 정말 내가 혼자라는 걸 느껴/ 나에게 니가 선물한 바랜 옷들이/ 내 방구석에서 널 대신해 내게 남아 있어' 부분입니다. 이별은 결심한다고 바로 되는 일은 아니죠. 화자 역시 혼자 음악을 듣거나 아직 버리지 못한 선물들을 보며 그 주위를 맴돌고 있죠.
'다른 누가 너에 곁에 있을 것 같아/ 예전에 내가 있던 그 자리에서/ 또다시 나를 대신해 사랑한다면/ 그 속상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 부분입니다. 화자는 상대가 다른 사람을 만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리고는 분이 끓어오르죠.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겠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떠날 거야 너의 곁에서/ 난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는 걸 알아/ 변할 거야 나도 너처럼/ 그 시선을 이제는 느낄 수 없어/ 예전처럼' 부분입니다. 전체적인 가사로 판단컨대, 화자는 자기 자신에게 달라진 상황을 보며 정신 차리자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꾸 말이라도 그렇게 해야 약해지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것일까요?
랩 부분을 볼까요.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어/ 그러기를 바랐는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슬퍼서 울었던 거야/ 하루하루 달라져가는 니 모습 보며/ 예감했던 이별이긴 했지만/ 붙잡고도 싶지만 보내줘야 하겠지/ 그렇다고 나보다 행복하게/ 멋있게 잘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줄게' 부분입니다. 믿기지 않는 현실, 예전과 다른 상대의 모습 그리고 어긋나지 않은 이별의 예감 그리고 체념 순이죠. 그런데 그리도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걸 싫어했던 화자가 상대의 안녕을 바란다는 가사는 조금 어색하게 다가오네요.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하하하.
음. 오늘은 가사 중 '예감' 부분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암시적으로 본능적으로 미리 느낌'이 사전적 의미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예감이 미래의 일과 잘 맞는 경우 촉 혹은 필이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여러분들은 예감 능력, 필이나 촉이 좋으신 편이신가요? 하하하.
진화론적인 부분부터 말씀을 드리면, 인간의 예감 능력은 판단 능력보다 훨씬 먼저 발달된 것 같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혹은 컴컴한 숲 속에서 촉이나 필을 작동시켜야 외부의 침입을 사전에 알아차리고 생명을 부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냥 길거리를 걷다가 등꼴이 오싹하거나 분위기가 갑자기 서늘해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인간의 촉이나 필이 작동한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어떤 뚜렷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기 전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죠. 예감 DNA가 우리 몸에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봐야겠죠?
어떤 일의 중간에 '예감이 좋지 않다'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요. 과거의 경험 따위가 데자뷔 되면서 일의 결론이 부정적으로 흐를 것을 느낄 때 이 표현을 씁니다. 혹은 지금까지 정보를 끌어모아 꼼꼼히 판단컨대 긍정보다는 부정의 영역이 클 때도 이렇게 말하죠.
이 노래뿐만 아니라 많은 노래 가사에는 이별을 예감했다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이는 상대, 시선을 좀처럼 마주치지 않는 상대를 보고 예감 능력이 발동하게 되죠. 다른 사람이 생겼거나 이별 시점이 임박했음을 알게 되는 것이죠.
예감은 가까운 미래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를 얼마큼 근사치로 맞추느냐와 연결되죠. 미리 예와 감정을 나타내는 감이라는 한자의 조합입니다. 미리 헤아려 짐작한다는 의미의 예측도 비슷한 말 입니다만 예감이 좀 더 감각에 가까이 있다면 예측은 판단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죠.
동물적 감각에 의해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싸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우린 이걸 직감이라고 부르고요. 우리에게 작동되는 예감은 전후문맥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듯합니다. 과거나 현재의 사실들을 조합을 더듬다가 그 얼개가 맞춰지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간파하게 되고 그래서 이후에 그 일이 어찌 될지에 대한 감이 생기게 되는 식이죠.
연구자들에 따르면 직감이 90%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와 유사한 예감도 꽤나 적중률이 높을 것 같긴 합니다. 전후문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것을 갖다 붙이지만 않으면 대부분 불길한 예감은 우리를 피해 가는 적이 거의 없는 것도 이런 이유이겠죠.
동음이의어인 예리한 감각을 뜻한 예감이 있어야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는 예감도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상대의 모습을 잘 관찰하거나 기억해 두면 지금의 모습에서 뭐가 다른지가 금방 캐치가 되고 추궁을 해 볼 수도 있고 가까운 미래의 일을 어림짐작할 수도 있게 되죠.
사랑의 말미, 이별의 시작점에는 예감을 했지만 만에 하나라는 심정으로 상대에게 기대를 걸어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정해 보려 해도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상대의 행동과 태도에 불안함은 증폭되죠. 이미 추가 기울었지만 애써 부인해 보는 단계에서 불안한 예감은 사실의 거부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럴 것 같은데 그것이다라고 상대의 입에서 그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하수는 아닌지도 모르고 하고 중수는 아닐 것 같은데 하고 고수는 아닐 것 같은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예감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둔감이 작동하면 하수가 되고 예감은 했으나 현실을 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중수이고 예감을 했으면 이 노래 제목처럼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하. 오늘은 오래간만에 글을 쥐어짠 듯합니다. 만족스럽지가 않군요. 하하하. 어떻게 읽힐지 약간은 걱정되는 상황. 이런 저의 예감이 틀리길 기대해 봅니다. 하하하. 무더웠던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조금씩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지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죠. 9월에는 날씨에 큰 변화가 있겠죠? 9월에는 좋은 예감이 많이 발동시기길 기원하면서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