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 박건호 작곡 최종혁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종찬'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ErItRbonK8? si=Q2 IbqvSKeXsHomlO
당신도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 김종찬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 가사 중 -
김종찬은 1986년 데뷔했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1집을 발매합니다. 히자만 생각보다 반응이 뜨드미지근했죠. 1987년 2집을 발매합니다. <사랑이 저만치 가네>라는 곡이었습니다. 이 곡으로 그는 인기 가수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후속곡으로 나온 노래들도 반응이 좋았습니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와 오늘 소개해 드릴 노래였습니다. 한 앨범에서 3곡이 가요톱텐 1위를 차지하는 신기록을 만들어냈죠. 1989년 3집에는 <아름다워라 그대>라는 곡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1993년 발매한 5집이 그의 마지막 정규 앨범이었습니다. 타이틀 곡인 '산다는 것은'이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의 주제곡으로 쓰였습니다. 이후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IMF를 직격으로 맞으며 큰 심리적 충격을 겪고 전도사를 거쳐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목사가 된 이후로 가수 활동과는 결별을 선언했습니다. 대중가요는 절대 부르지 않고 찬양가만 부른다고 전해집니다. 그랬던 그가 올해 KBS1 열린 음악회에 출연하다고 하네요. 무려 30년 만의 복귀입니다. 종교계로 떠났던 그의 가수 복귀에 기대감이 높아지네요. 하하하.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입니다. 당신도 울고 있다는 말은 화자도 기본적으로 울고 있다는 말입니다. 너와 내가 모두 울고 있다는 의미죠. 이별 노래라는 것을 쉽게 눈치채셨죠. 왜 이렇게 다 울고 있는지 가사를 살펴보시죠.
'당신은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찻잔에 어리는 추억을 보며/ 당신도 울고 있네요' 부분입니다. 두 사람은 한 때 연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연처럼 만나서 커피숍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앉아 있는 설정입니다. 상대는 찻잔을 보며 추억을 되새깁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죠.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던가요/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부분입니다. 서로는 서로를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이 작동하죠. 우연처럼 두 사람은 접점이 생깁니다. 그토록 보고 싶었지만 보면 안 된다는 관계였지만 말이죠.
'한때는 당신을 미워했지요/ 남겨진 상처가 너무 아파서/ 당신의 얼굴이 떠오를 때면/ 나 혼자 방황했었죠' 부분입니다. 화자에게도 상대는 아픈 사랑입니다. 자신을 두고 떠난 상대가 너무도 미웠고 너무도 보고 싶은 마음에 그 마음을 추스르려 엄청난 방황의 시간을 거쳤습니다.
'당신도 울고 있네요/ 잊은 줄 알았었는데/ 옛날에 옛날에 내가 울듯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 부분입니다. 화자는 과거 이별 시점 전후로 눈물을 한 바가지 쏟았고 상대는 지금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있는 설정입니다. 흘려야 하는 눈물의 양은 동일한 데 시점이 좀 다르죠. 이제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져 묻지도 어색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서로에겐 해결하지 못한 마음의 응어리가 숨 쉬는 듯합니다.
음. 오늘은 '울다'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인간인 우리는 행위는 크게 기쁨과 슬픔으로 나뉩니다. 너무 기뻐서도 울고 너무 슬퍼서도 울죠. 이 노래에서는 후자이고요.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거나 아픔을 참지 못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이죠.
우리는 태어날 때 울면서 태어납니다. 응애응애. 뭐가 그리도 기쁜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슬픈 것이었을까요. 자신의 의사 표현을 마땅히 할 수 없는 순간까지 우린 울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죠. 울음은 어찌 보면 우리의 첫 번째 의사 표현 수단이자 언어일지도 모르겠네요.
'씨알의 철학자'로 알려진 함석헌 선생은 "눈에 눈물이 어리면/ 그 눈물렌즈를 통해/ 하늘나라가 보인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 말은 눈물 없이는 진리를 볼 수 없다는 의미인데요. 자주 눈물은 우리의 새로운 국면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합니다.
한 바탕 울고 나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마음이 정리가 되기도 하죠. 어떤 이에 대한 원망의 감정도 낮아지고 불편한 감정들을 가라앉으면서 편안함도 느끼게 되죠. 눈물이 감정의 크라이맥스를 찍게 하고 그다음에는 천천히 감정이 아래 방향으로 흐르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눈물을 흘리다가 자각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눈물을 훔치고 이렇게 슬퍼만 해서는 망가진 자신의 삶이 재기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눈물을 닦는 행위는 지금처럼은 살지 않겠노라는 다짐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이라는 것을 기점으로 이전의 나와 지금부터의 나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지기도 하죠. 이성에게 쩔쩔맸던 어떤 이가 이제 이성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는 감안한 마음 같은 것이 탑재되는 순간이랄까요. 눈물은 자신의 가장 약한 감정이어서인지 그 부분을 한 번 터치하고 나면 '강함'이라는 기재를 선물로 받곤 하죠.
이 노래에서 화자는 그런 일련의 경험을 다 거쳤습니다. 오래전 상대와 이별을 하고 숨 막힐 정도로 아픈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끝없는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울지 않고 울고 있는 상대를 무심히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에 반해 상대는 과거에는 제법 괜찮았는데, 지금 그동안 풀지 못했던 눈물을 흘리고 있죠. 아마도 당시에는 이별이 그다지 아픈 줄 몰랐는데, 세월을 거치다 보니 자신이 화자에게 했던 행동이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미안한 일이었는지를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상대가 흘리는 지금의 눈물은 그래서 회환이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헤어지는 과정에서 모자랐던 부분을 채울 걸, 여러모로 많이 부족했던 자기 자신을 탓해 보는 눈물인 것이죠. 오늘 이후 상대는 눈물의 위력으로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면서 마음이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질 듯합니다.
우린 눈물이 많은 사람을 약하다고 말합니다. 수도꼭지를 이 애 반쯤 열어놓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죠. 나이가 들면 강인했던 남성성이 줄어들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며 훌쩍거리는 남자의 뒷모습이 자주 연출된다고 하는데요. 눈물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안다면 그리 타박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린 살아가면서 눈물을 보이는 일을 터부시 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장소나 공간에서는 말이죠. 자신의 약함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을 민폐나 약함의 대명사처럼 여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함석헌 선생의 말씀에서도 보듯이 눈물을 새로 태어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 태어나는데 남들 안 보이는 방국석이든 공개 석상이든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습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야 합니다. 이성의 방어막이 뚫려서 감정의 전사들이 밀려올 땐 그 화살을 정면으로 맞아야 합니다. 오늘 이 노래에서 화자는 그렇게 한 자, 상대는 그렇게 하지 못한 자로 그려지는 것 같군요. 울음의 시점이 다른 것이 이 커플의 비극이라면 비극이 아닐는지.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한 때 만나다가 우연히, 오랜만에 만난 상대가 제 앞에서 눈물을 흘린다면 그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습니다. 역으로 제가 그 입장이 됐는데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면 그것도 대략 난감할 것 같고요. 울 때 같이 우는 것도 참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네요. 타인의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가능한 일이겠죠. 울음의 타이밍이 어긋나는 것만큼 슬픈 일이 또 있을까 싶네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