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업고 튀어, 외로움과 그리움

변우석이 붙잡은 과거의 우리들

by 가와

<클래식> 손예진과 <건축학개론> 수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천옌시.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 '국민 첫사랑' 타이틀이 변우석에게 안겨졌다.


'국민 첫사랑'은 추억 속 첫사랑 캐릭터로 그리움을 자극한 명작 속 배우들이 얻는 명예로운 상징이다. 회상의 가장 강력한 트리거인 '옛 날 옛 적 사랑' 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이기에 시대를 대표했던 작품들은 추억과 회상, 사랑을 주제로 가지곤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와 건축학개론이 80, 90년대를 담당했다면 변우석의 <선재 업고 튀어>의 폭발적인 반응은 00년대가 새로운 세대의 추억으로 등장했음을 알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추억이라 부르는 과거의 애틋한 이야기에 이토록 감동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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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 업고 튀어, 건축학개론, 응답하라 1988

변우석의 대표작인 <20세기 소녀>, <선재 업고 튀어>는 과거를 리플레이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20세기 소녀>는 우연찮게 도착한 과거가 기록된 한 편의 비디오로, <선재 업고 튀어>는 타임슬립으로 치열하게 과거를 되새김한다. 특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임솔은 세상을 떠난 최애 아티스트 류선재를 구하기 위해 언제 끝날지 모를 타임슬립을 멈추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임솔이 찾으려고 한 것은 선재의 새로운 삶이었지만 결국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찾은 계기가 된다. 그렇게 변우석의 작품에서 과거란 멈추어 잊혀 가는 시간이 아닌 놓을 수 없는 지금의 일부이자 현재를 만든 과거에 대한 헌사다.


회상이 위로가 되는 외로운 시대다. 어쩌면 과거가 현재보다 더 선명하다. '그땐 그랬지' 하며 갑자기 튀어 오르는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눈망울이 촉촉해지는 이유는 앞으로만 가는 이기적인 시간이 그때를 되돌릴 수 없음을 단호하게 말해주기 때문일 테다.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힘 앞에 무력해지는 우리에게, 타임슬립으로 성장하는 선재와 솔은 외로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무거운 위로가 된다. 모두의 마음 속에서 만큼은 선명하게 살아있는 사람과 장소, 그때의 사건들, 어리숙 했기에 아팠거나 아름다웠던 사랑. 그리고 과거가 될 오늘과 미래를 대하는 숙제가 <선재 업고 튀어>에 녹아있다. '선재'라는 배역은 우리가 붙잡으려는 미련한 과거를 한 명의 캐릭터로 승화한 결과가 아닐까.


내가 혹시 너 때문에 죽나? 너 구하다가? 그 이유 때문이라면 솔아, 이제 도망치지 말고 그냥 나 좋아해. 너 구하고 죽는 거면 난 괜찮아. 상관없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선재의 대사로 과거를 추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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