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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화 Oct 25. 2019

왜 나는 불쌍한 아이일까

엄마 보고 싶지 않냐며 묻는 어른들


다시금 6살 때부터로 돌아가 그동안 엄마, 아빠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편지로 쓰듯이 말하듯이 써 내려갑니다



할머니 집에 살 때는 나름 행복했어.  

그때 증조할아버지, 할머니랑도 같이 살았으니까 예쁨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

워낙 시골이니까 동네가 작아서 우리를 모르는 동네분이 없었어.

시골에 어린아이 두 명이 뽈뽈 거리면서 돌아다니까 귀여워해 주셨어.


그런데 딱 하나 싫을 때가 있었어. 놀고 있으면 동네 아줌마들이 오셔서 꼭 "이 어린것들을 어찌 떼어놓고 갔대, 아이고 불쌍한 것"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는데 나는 그때마다 너무 싫었어. 사실 싫다는 감정도 처음에는 못 느꼈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 내가 동네 아줌마들을 피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알았지.


왜 꼭 어른들은 "엄마, 보고 싶지 않아?"라며 우리 형제들에게 물어봤을까.


그 말이 상처가 된다는 걸 모르셨겠지. 우연히 그 상황을 보게 된 할머니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한바탕 쏘아붙이셨어. 그런 거 물어보지 말라고. 동네 아줌마들한테는 "아니요. 안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고는 했지만, 그런 날에는 어김없이 밤에 엄마 생각이 났어.


엄마 얼굴을 떠올렸기보다는 '나는 왜 엄마가 옆에 없을까?', '왜 나는 불쌍한 아이일까?' 그 생각을 하면서 엄마라는 자리를 그리워했던 것 같아.


'엄마가 없다는 것이 불쌍할 수 있구나', '엄마가 없어서 내가 불쌍하다는 말을 듣는구나', '내가 남들하고는 다르구나'라는 막연한 좌절을 느꼈던 것 같아. 그때부터였을까. 가끔 지칠 때 나는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가시로 나타나 찌를 때가 있어.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할머니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내 손을 쓰다듬어 주셨어. 할머니에게 묻고 싶었어. 이상하게 가슴 쪽이 답답하다고. 자꾸 고개를 숙이게 된다고. 하지만 할머니 앞에서 티를 낼 수 없었어. 내가 티를 내면 할머니가 슬퍼할 것 같았거든. 그때부터 자꾸만 내 마음을 숨기기 시작했던 것 같아.

 

오랜만에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가 해준 말이 기억나. 나 어렸을 때 엄청 고집불통이었다고 말했었잖아. 통통한 다리로 매일 치마만 입고 유치원 간다고 때 썼다고. 아빠가 조기축구모임에 갈 때면 꼭 따라가겠다고 데리고 갈 때까지 울었다면서. 그때 성격에 비하면 지금 완전 다른 사람 같다고.


그 이야기 듣고 나도 엄마랑 살 때는 철부지 없이 표현도 많이 하고 그랬구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 지금 나는 내 의사를 말하는 게 그렇게 편하지 않은 아이로 컸거든. 그때의 내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 계속 그렇게 컸으면 난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상상도 많이 했어.


만약 내가 다시 6살의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 손을 쓰다듬는 할머니 앞에서 펑펑 울고 싶어.


동네 아줌마들이 저렇게 물어보는 게 싫다고, 혼내달라고 떼를 왕창 쓸 거야.


"할머니, 내가 불쌍한 사람이야? 나 불쌍한 사람 아니야! 나 할머니도 있고, 할아버지도 있고, 아빠도 있어. 그리고 동생도 있고. 엄마가 없지만 난 안 불쌍한 사람이야. 그렇지?"라고 할머니한테 울며 말할 거야.


그러면 할머니도 같이 울면서 그렇게 말씀해주셨을 거야. "맞아. 우리 강아지. 누가 불쌍해. 이렇게 할무니가 있는데 뭐가. 이렇게 이쁘고 똑똑한 우리 강아지인데 뭐가 불쌍해. 앞으로 내가 그런 못된 말들 하는 사람들 혼내 줄게." 그렇게 나를 도닥였을 거야. 그리고 한바탕 울고 할머니 품에서 잠들었겠지.




내 기억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다면 나는 아마 한 뼘쯤 더 단단해졌을 거야. 동네 아줌마들을 또 만나도 당당하게 쏘아붙이기도 하고 그랬겠지. 밤에 몰래 혼자 우는 횟수도 줄어들었겠지. 불쌍한 아이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지 않았겠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쉬워.

 

엄마는 이런 모습들을 상상이나 했을까?

엄마를 슬프게 할 생각은 아니야. 근데 엄마도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도. 

그때 슬퍼했던 6살의 나를.

그리고 나도 나를 마주하고 싶어. 그리고 그때의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


속상하면 울어도 된다고.

한바탕 울고 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괜찮다고. 당당해져도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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