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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연결 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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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우 Aug 27. 2022

[소설] 연결 20

폭로

“유비쿼터스에서 쫓겨난 후 줄곧 상하이에 있었어요.”

“네?”

“내가 왜 대형그룹에게 당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임원회의에서 최기성 이사가 했던 말 기억나요? 광고영업이 잘 안 된다고 제가 최기성 이사를 질책하니까 대형그룹이 우리의 광고영업을 방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죠. 당시에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최 이사가 거짓 정보로 자기변명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회사가 투자한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겠어요? 그때는 흘려 들었었는데 회사에서 쫓겨나고 보니 그 말이 다시 들렸어요. 회사 영업을 방해한 것은 경영권을 가져가기 위한 수단이었고 본 목적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우리 회원들의 데이터를 팔아넘기는 거죠.”

“네, 맞아요. 왜 회사 망가뜨려가면서 유비쿼터스를 가져가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었는데 지은 씨가 실마리를 줬어요.”

“제가 여기에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

신성일 전무가 중국으로 발령 나고 유비쿼터스의  데이터 업무를 하던 샐리가 상하이로 발령 나는 것을 보고 상하이에 뭔가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어요.”

샐리는 유비쿼터스에서 가장 실력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인 박슬기 차장의 영어 이름이다. 

“그 뒤로 계속 상하이에 있었죠. 혜정 씨 스마트폰에 심어져 있던 도청 프로그램의 서버에 해킹해 그들이 듣고 있는 것을 저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은 씨와 혜정 씨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그랬군요.”

“그런데 뜻밖에 신성일 전무가 결정적인 말을 해준 거예요.”

“대통령 이야기?”

, 맞아요. 대형그룹은 데이터를 정치권에도 팔아먹고 있는  분명해요. 혜정 씨가 말한 대로 베이징 해커조직으로부터 다른 데이터도 받고 있고 유비쿼터스 데이터는 물론이고 대형그룹 회원들 데이터까지 받아서 분석했을 겁니다.”

“베이징에서 온 데이터가 해커들로부터 온 거였군요.”

“도청 프로그램 서버에서 얻은 정보가 이 USB 안에 모두 들어있어요. 며칠 뒤면 대한민국은 발칵 뒤집힐 거예요.”

대한민국은 임상혁의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불법으로 수집된 회원 데이터를 선거운동에 활용!’

‘대형그룹, 불법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서 중국 해커 조직 고용!’

임상혁의 제보를 받은 한일일보에서 먼저 기사를 냈고 다른 신문사들이 한일일보를 인용해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속보를 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빌딩의 전광판에 나오는 뉴스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기사 검색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놀라워하다가 분노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정보가 빠져나가서 대형그룹의 분석의 대상이 되었고 정치권에 팔렸다는 것을 알게  것이다. 마치 거리에 발가벗고  있는 느낌이었다. 특히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유비쿼터스에 대한 기사도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형그룹, 불법 데이터 수집을 위해 유망 스타트업 강압적 인수!’

야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서 즉시 대통령 탄핵결의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동시에 무너졌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재벌과 유착해서 국민들의 정보를 불법으로 취하고 선거운동에 활용했습니다. 재고의 여지없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와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다시 세우는데 여야가 있을 수 없습니다. 여당 의원님들도 대통령 탄핵안 결의에 초당적으로 협력을 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검찰은 대형그룹의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 직원들이 파란 박스를 검찰 차에 싣고 있는 장면이 방송되었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곧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일 대통령과 대형그룹에 대한 방송과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사실을 부인하던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자기 변명식의 사과문이 발표되었고 이것은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시민들은 다시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처음 기사가 나갔을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향했다. 이번에는 여당 내 대통령 반대파 의원들의 모습도 보였다.

‘대통령을 탄핵하라!’

‘대형그룹을 해체하라!’

시민들이 들고 나온 피켓의 종류와 색깔은 다양했지만 목소리는 하나였다. 보통의 시위와 다르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남녀노소 할 것이 없었고 지역, 이념, 지지 정당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다. 각국의 해외 언론사들이 서울에 모여들어 시위 장면을 취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시장에서는 대형그룹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많은 시민들이 대형그룹이 만든 스마트폰을 깨부수는 세리모니에 참여했다. 일부 과격한 시민들은 대형그룹 본사 옥상에 걸려 있는 전광판을 깨부수기 위해서 대형그룹 진입을 시도하다 경비원들에게 저지당했다. 우리 스스로를 옭아맨 디지털의 사슬을 깨고 아날로그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는 시민단체도 생겼다.

정부는 대형그룹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이 사실이라면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국세청은 대형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야당 의원들은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얹듯이 은근슬쩍 시민들의 시위에 동참하면서 조만간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상당 수의 여당 의원들도 발의안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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