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
쑥과 비슷한 위 사진의 식물이 익모초입니다.
익모초 젊은 세대에게는 낯선 이름이겠지만 저와 비슷한 또래는 아마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여름철 배탈이 나거나 입맛이 없을 때, 어머니가 익모초를 짓찧어 즙을 내어 한 사발 주시며 마시라고 하시던, 그 쓰디쓴 약초!
특별한 약이나 약국이 없던 그 시절에는 어디가 아프면 대부분 예부터 전해오던 민간요법이 요긴하게 사용되곤 했었습니다. 익모초도 그중 하나입니다.
익모초 즙은 진저리가 쳐질 만큼 쓰디썼는데, 안 마신다고 도리질하면 엄마는 귀한 눈깔사탕으로 나를 유혹하셨지요.
"그거 한 방울도 안 남기고 한 번에 다 마시면 이 눈깔사탕 준다"
흰 바탕에 알록달록 무늬가 있는 그 눈깔사탕을 먹고 싶은 마음에 쓴 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코를 움켜쥔 채 사발에 담긴 익모초를 마시고 진저리를 치면서 엄마가 내미는 커다란 눈깔사탕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지요.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프던 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낫곤 했지요.
그때는 유난히 여름철에 배탈이 많았는데, 냉장고는 물론 위생관념이었었던 열악한 환경 탓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나는 익모초를 잊고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화단에 불쑥 쑥과 닮았지만 쑥은 아닌 커다랗고 튼튼한 식물체가 나타나 하루가 다르게 커갔습니다. 화초는 아니지만 모습은 예쁘고 짱짱해 쓰러질 염려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두고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경비 아저씨가 제게 다가와 말씀하셨습니다.
"저 익모초 내가 잘라다 먹으면 안 될까요?"
"아저씨 저게 익모초예요?"
"네, 익모초예요. 모르고 키우시는 거예요?"
"아뇨. 저절로 났어요."
그렇게 익모초는 지난여름 나와 함께 보냈습니다. 틈틈이 아저씨가 뜯어갔지만 보랏빛 예쁜 꽃도 폈습니다. 화단을 정리하면서 늦가을 나는 그 익모초를 뽑아버렸고,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단 가에 익모초 세 포기가 어느 날부터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아자 작년에 씨앗이 그곳에 날아간 모양이었습니다. 모종은 튼튼했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 그 어떤 화초보다 아름다웠는데, 어느 날 아침 화단에 내려가 보니 어머나, 누가 잎을 다 뜯어가고 앙상한 줄기만 남았습니다. 찬찬히 살펴보니 벌레가 다 뜯어먹은 거였습니다.
처참하리만치 벌레에게 뜯어 먹힌 익모초는 그래도 꿋꿋합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어느 할머님이 제게 부탁을 하십니다. 익모초를 내가 뜯어가면 안 되겠냐고? 나는 기꺼이 허락을 했지요. 그러나 할머님이 뜯어가기 전 벌레가 먼저 선수를 치기 일쑤이니, 내가 시킨 일이 아니지만 할머니한테 공연히 미안해지기까지 합니다.
익모초는 포기 전체를 말려서 산후의 지혈과 복통에 사용하고, 중국에서는 익모초의 농축액을 익모초고(益母草膏)라고 하며 혈압 강하와 이뇨는 물론 ·진정 및 진통 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익모초의 생명력은 참으로 강한 것 같습니다. 그 모진 벌레의 공격에도 이렇게 새 순이 돋아나는 걸 보면 말이죠.
화단 초입 디딤돌 사이에도 새로운 익모초 한 포기가 기지개를 펼치고 있네요.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옮겨 심어줘야겠습니다. 벌레들 때문에 보랏빛 예쁜 꽃을 볼 수 있을는지 의문이 들지만 말입니다.